기후변화가 몰고 온 원예산업 선결과제는?
기후변화가 몰고 온 원예산업 선결과제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6.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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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기후 가속화 … 신품종 도입 및 기후 적합 작물 연구확대 필요
에너지 절감 및 안정 생산기술 개발돼야
농업환경 변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 기후변화와 늘어나는 아열대 작물

전 지 혜(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소장)
전 지 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소장)

◈ 기후변화와 원예작물의 재배지 변동

2023년은 우리나라 기상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운 한 해였다. 기상관측 이래 봄철 기온이 가장 높았고, 5월 강수량은 세 번째로 많았으며, 7월 7일은 현대적 기법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관측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뜨거웠다.
특히, 2023년 9월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6∼8월 석 달 월평균 기온이 모두 평년기온보다 높았는데, 이는 지난 51년간 2023년을 포함해 단 3번만 나타난 현상이었다. 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이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의 확률로 1.5℃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 전체적이며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대로의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말 국립기상과학원의 ‘남한 상세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2000∼2019)보다 2.3℃∼6.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중에서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하게 되면, 30년 후 아열대 기후권 경지면적은 평년(1991∼2020) 기상 대비 5.4배 늘어나 남한 경지면적(156만ha)의 55.9%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노지 작물은 시설 내에서 재배하는 작물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농촌진흥청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과일나무 품종과 재배법이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2070년대에는 사과가 2090년대가 되면 배와 복숭아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비교적 재배 온도가 높은 키위나무는 현재 제주도 및 남해안 일부 지역만이 재배가 적합한 지역인데 2070년대가 되면 남부와 중부 일부 지역까지 재배 적합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작물의 재배 적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응하기 위해 기존 작물에서는 새로운 품종과 극복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더불어 재배지 확대가 예상되는 아열대 기후대에 적합한 작물의 연구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아열대 기후권 면적 전망 지도
우리나라 아열대 기후권 면적 전망 지도

◈ 아열대 작물의 국내 재배 현황과 확대 가능성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확대될 전망이다. 아열대 작물은 고온 조건에 잘 적응하여 농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작물로 현재의 전통적인 작물에만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식량 공급의 다변화를 이루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 국내 아열대 작물의 수입량과 재배 면적은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망고는 2014년도에 1만 톤이 수입되었으나 2023년에는 약 2만 7천 톤이 수입되어 2배 이상 증가하였고 2024년에는 6월까지 벌써 1만 8천 톤이 수입되는 등 국내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도 기준으로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 채소는 139.8ha, 과수는 193.1ha이다. 채소 재배면적은 2017년 245ha에 비해 감소하였지만, 과수는 2017년 109.2ha에서 1.7배 증가하였다.
아열대 채소 중 여주(70.4ha)와 강황(22.2ha)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아열대 과수로는 망고(92.7ha), 패션프루트(30.2ha), 바나나(20.6ha), 올리브, 파파야, 용과 등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러한 아열대 작물의 소비와 재배 확대는 우리나라의 아열대 기후대의 확대와 소비자 경향 변화, 다양한 음식 문화의 수용, 유통과 저장 기술의 발달, 다문화 가정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또한, 향후 소비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아열대 작물은 현재 다양한 지자체에서 신소득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열대 작물의 확대에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아열대 과수 재배의 경우 현재 시설 내 가온이 필요한 상황으로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높으며, 탄소 배출량 증가와 같은 환경적 부담도 있다.
따라서 농가 경영비 절감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해 각 아열대 과수 작물의 재배에 알맞은 에너지 절감 및 안정 생산기술이 개발이 필요하다.
반면에, 아열대 채소는 비교적 재배기간이 짧아 겨울을 제외한 고온기에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리하다. 여름철 고온기에는 아열대 채소를 집중적으로 재배해 짧은 기간 내에 수확할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연구 추진 방향

앞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는 국내 농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아열대 작물의 재배와 가공, 유통을 통한 농업인의 소득 증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작물 도입과 재배에 따른 병해충에 대한 대응 전략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미래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의사 결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 강수량, 일사량에 대한 고해상도 농업용 미래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함으로써 여름배추, 키위 등 총 14작물의 미래 재배적지 변동 지도를 제작하였다.
또한, 생육 예측모형 개발과 적용을 통해 주산지 적정 작기와 생산량 변동을 예측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작물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작물 부분에 있어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확장성 가능성이 높은 아열대성 작물인 차나무와 키위 품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농가에 보급하고 육성된 품종의 고품질 안정생산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선발을 위해 그동안 58개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고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발하였다. 현재는 이 선발된 작물들의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열대 과수는 우량 묘목 생산기술과 고품질 과실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아열대 채소는 국내 적용할 수 있는 작형과 작기를 개발해 보급하여 농업인들이 다양한 조건에서도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대기 온도와 CO2 상승으로 주요 병충해 발생, 분포의 변화와 외래 병해충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병충해 방제 및 조기 경보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아열대 작물에 대한 병해충의 발생 변화를 조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예측되는 주요 해충의 생활사와 기능 반응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만 농업연구소와 국제 협력으로 외래 병해충 도입에 대응해 미리 선제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농업인들이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준비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연구와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농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대에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도록 혁신적인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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