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화이트와인 ‘청수’
와인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화이트와인 ‘청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2.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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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포도 품종 선발된 ‘청수’
씨 없고 수량 많은 생식용 포도로 개발

“특별히 찾는 와인 있으실까요?” 마트에서 와인 판매대를 서성이면 듣게 되는 말이다. 괜히 머쓱해져 혼자 와인을 둘러보다 보면 수많은 종류의 와인 중 어떤 것을 사야 할지 알기 어렵다.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까지 외국어로 가득한 와인병들을 보다 보면 이름부터 어렵고 괜스레 막막해진다. 그런 이유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 선택의 바다에서 프랑스와 미국을 건너 허우적대다 결국 익숙한 맥주, 소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런 이들을 위해 매력적인 선택지를 추천한다. 바로 우리 와인이다. 흔히 와인은 외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대해 알고 있거나 경험해 본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마트에서 파는 국산 과실주는 매실주나 복분자주가 주를 이루고 포도로 만든 한국와인을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한국 와인이 있다. 바로 ‘청수’ 포도로 만든 청수와인이다.

‘청수’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포도 품종으로 숙기가 빠른 ‘세이벨(Seibel) 9110’과 씨가 없고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힘로드(Himrod)’를 교배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씨가 없고 향이 좋아 품질이 우수한 고급 청포도 품종으로 인정받아 1993년 ‘청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1호 포도 품종으로 선발되었다. ‘청수’는 선발 당시 씨가 없고 수량이 많은 생식용 포도로 개발되었으나 수확기 알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널리 유통되지 못했다. 그러나 소믈리에 평가 결과 화이트와인으로 양조 시 와인색이 아름답고 품종 특유의 과일 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2008년 양조용 품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청수와인은 국제와인기구(OIV)에서 인증하는 3대 와인 시상식 중 하나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골드상, 실버상을 수상해 왔으며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리술 품평회 등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여러 번 상을 받은 바 있다. 소믈리에뿐만 아니라 소비자 블라인드 평가에서도 수입 샤르도네, 리슬링 품종 와인 대비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수입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나라 대표 화이트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와이너리 20여 곳에서는 다양한 도수와 당도, 그리고 스파클링와인까지 개발해 각각의 개성 넘치는 청수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청수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청수와인을 검색해 보자. 한국와인 중 다수는 지역특산주로 전통주에 해당하며 전통주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므로 청수와인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23년 국내 와인 소비량을 보면 여전히 화이트와인에 비해 레드와인의 판매량이 많다. 하지만, 과거보다 화이트와인 소비량이 차츰 늘고 있다. 또한 주류 소비 경향은 단순한 알코올음료의 기능보다는 술의 향과 맛을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열대과일, 꽃 향이 풍부한 청수와인은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청수와인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들을 주문해서 마셔보고 취향을 알아가다 보면 더 이상 와인이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와인 구매는 국내에서 꾸준히 포도를 생산하고 와인 품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와이너리들의 지원군이 되는 착한 소비도 될 것이다.

■임동준<농진청 원예원 과수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