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이재군((주)경농 마케팅본부 제품개발팀 PM)
기고 / 이재군((주)경농 마케팅본부 제품개발팀 PM)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1.0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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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관행농법’은 없다
“내년 병해충 발생률 모두 증가할 것”
‘이상기후’ 대응전략이 승패를 가른다

2024년 병해충 방제의 키워드는 ‘탈관행’이다. 그동안 사용했던 방제 패턴을 벗어나 얼마나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가 내년도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식물병리학에 ‘병삼각형’ 이론이 있다. 식물병 발생에 병원균, 기주식물, 기상환경 3요소가 관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이 3요소를 예찰 및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의 관심이다. 내년에는 기상환경이 더욱 수시로 급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병원균과 기주식물의 생리도 변화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은 이를 빠르게 예측해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 이상기후에 세균병 늘고 해충 세대 짧아지고

부산에는 벚꽃이, 경남 창원에는 개나리가 12월부터 피는 현상이 2~3년째 지속되고 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겨울철에도 우리나라로 따뜻한 바람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농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 피해는 지금까지 해왔던 농가의 관행적 농법 시기를 앞질러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면 피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는 온도상승과 집중호우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세균병해와 고온성 병원균인 푸사리움(시들음병, 덩굴쪼김병 등), 탄저병, 흰가루병 발생 등이 증가한다. 해충 역시 혹명나방처럼 전 해충류의 세대가 짧아짐에 따라 알과 유충, 성충이 혼재하면서 작물을 더 많이 가해하게 될 것이다.
 

집중호우에 의해서도 병해 피해가 더 늘고, 비로 전파되는 탄저병, 벼 도열병, 검은별무늬병(흑성병), 잿빛무늬병, 노균병, 세균병 발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 12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흑색썩음균핵병과 노균병 발생이 평년 대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균들이 월동하지 못하고 균핵 또는 월동포자 상태에서 발아해, 정식해 있는 양파와 마늘의 감염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자리파리도 번데기에서 유충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고자리파리의 지하부 가해 피해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 저항성 회피 약제가 2024년 핵심

2024년 병해충을 성공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약제 방제 패턴을 벗어나야 한다. 주로 많이 사용된 건 스트로빌루린계와 EBI계 약제다. 그간 효과적으로 병해를 방제해 다수의 제품이 개발됐다. 처방도 작물별로 작기당 평균 3~4회 정도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들 두 계통 제품에 대해서도 저항성 병원균 발생 사례가 연신 보고되고 있다. 현장에서도 약효 미흡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이들 두 계통 제품의 사용량을 제한하고 보호살균제와 타 계통인 SDHI, PP계통의 제품을 사용해 스트로빌루린계와 EBI계통의 제품을 점차 대체 및 보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제조사들에서 출시하는 신규계통, 신물질의 성분을 활용해 저항성을 회피하고 적정 시기에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 즉 탄저병 발생은 계속 증가하는데 관행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았던 제품을 계속 사용한다면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