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이상기상 재해에 대비해야
인삼, 이상기상 재해에 대비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5.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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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고온장해·폭설로 인한 시설물 파손 피해 커
이중 차광·철재 해가림 시설 확대해야

18세기 영국의 제임스 와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석탄을 화력으로 이용, 실용적인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이렇게 촉발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에너지를 얻어 농업 분야는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공업 분야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인류는 풍요를 누리게 됐지만,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인한 환경 오염과 기후변화가 그것이다. 화석연료의 사용량 증가에 따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1990년 350ppm에서 2023년 415ppm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기후도 불규칙해짐에 따라 농업생산 분야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인삼은 한반도 전체에서 자생해온 작물이다. 야생삼을 평지의 밭과 논에서 재배하면서부터 수량은 늘었으나 여러 가지 기상재해에는 더욱 취약해졌다. 인삼에서 가장 큰 기상재해는 여름철 고온장해와 태풍, 겨울철 폭설로 인한 해가림 시설 파손이다.

2018년에는 3,688ha 면적에서 고온 피해가 발생했다. 고온 피해는 해가림 지붕을 볏짚에서 폴리에틸렌(PE) 차광망으로 교체하면서 더 늘고 있다. 볏짚은 부식이 쉬워 해마다 교체·보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으나 열전도율이 낮아 고온에 강하다. 폴리에틸렌(PE) 차광망은 열전도율이 높아 고온에 취약하고 생산·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등장한 것이 이중 차광이다. 제때 이중 차광을 하면 온도를 낮추고 유기물 시용과 토양 염류농도의 조절해 건전한 뿌리발육과 수분흡수를 도울 수 있다. 고온과 염류에 강한 품종 육성도 중요한데, 현재는 천량, 진원 등의 품종이 개발돼 보급 중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태풍·폭우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태풍·폭우 피해는 2019년 320ha, 2020년 698ha, 2022년에는 92ha에서 발생하였다. 온난화가 되면 적도에서 태풍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 차이가 줄어든다. 태풍이 서서히 진행하므로 폭우가 집중되어 수해가 나고 해가림 시설물도 파손된다. 이러한 태풍에 대비하려면 강한 철재 해가림 시설을 확대해 시설물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

폭설 피해는 예전에 많이 발생하였으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해가림 피복물을 걷어 놓아 눈 쌓임으로 인한 시설 파손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 해가림 피복물을 제거하면 조기 출아로 인한 냉해, 서릿발 피해, 잿빛곰팡이병 발생 등의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기상으로 인한 봄철 저온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2021년에는 저온 피해가 발생하여 112ha에 피해를 주었는데, 특히 무주, 진안, 장수 등 중남부 중산간 고랭지를 중심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 봄철 인삼이 싹이 트기(출아) 시작하여 잎과 줄기가 연약할 때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거나 5℃ 이하의 저온이 3일 이상 지속되면 잎과 줄기는 시들거나 수정이 불량하게 된다. 당연히 종자 생산량도 줄어든다. 해가림 피복물을 설치하거나, 방풍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 해가림 위에 이중피복을 하여 냉풍의 유입을 막는 방법 등이 대응책으로 꼽힌다.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 곳곳에서 한창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속될 전망이므로 인삼에서도 저온, 고온, 태풍, 폭우, 폭설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성우<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