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장에서 만나는, 나를 위로하는 식물
치유농장에서 만나는, 나를 위로하는 식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5.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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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위로와 회복 활동 선사하는 치유장소로 거듭나
기존 체험농업·농촌교육농장과 차별성 둬 전문화 도모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건강에 대한 명언은 현대를 사는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우리 속의 자연 치유력이 질병의 진정한 치유제다’, ‘기분이 우울하면 걸어라’ 등이 그것이다.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요즘, 더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다. 이제 농장은 판매만을 위해 식물을 키우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 지치거나 인생의 내리막이나 위기 속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회복의 활동을 선사하는 치유의 장소가 되고 있다. 

치유농장은 농촌진흥청과 지자체의 시범사업을 통해 꾸준히 육성되었다. 농촌교육농장이나 단순한 체험농장의 모습으로도 보였던 초기의 치유농업은 어느덧 노인, 장애인, 산재 근로자, 위기 청소년 등에게 지속적, 체계적인 농업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모양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치유농장은 건강한 환경과 동물, 식물이란 농업 소재로 이용자의 자연적 치유력을 증진시킨다. 농업 활동은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며 자신감, 자기효능감 등을 높여준다. 

그럼 치유농장에서 이용자는 어떤 식물들을 만날 수 있을까. 2022년 치유농업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농업경영체를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 활용 식물을 조사한 결과, 화훼(24.9%), 채소(24.7%), 허브(16%)의 순으로 나타났다.

화훼식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식물의 종류는 ‘다육식물’, ‘메리골드’였고, 채소는 ‘상추’와 ‘고구마’가 가장 많았다. 허브는 ‘라벤더’와 ‘로즈마리’, 과수는 ‘블루베리’가, 특용작물은 ‘쪽’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상자나 문제 유형에 따라 활용 식물이 조금 달랐는데, 가족 구성원 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치유농장을 찾는 이용자일수록 화훼, 허브작물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취학 아동이나 정신장애가 있는 이용자는 채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농장에서 프로그램 활용과 관계없이 가장 많이 심고 있는 식물은 고구마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고추 15.9%, 감자 14.7%, 허브와 배추가 각 14.1%의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치유농업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농장의 경우 화훼나 허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식물의 풍부한 색상과 향기를 통한 시각과 후각의 자극 활동이 활용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배를 통한 수입도 마찬가지로 채소가 가장 높았지만, 치유농업의 매출액이 높은 농장은 화훼, 허브 식물을 위주로 재배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치유농업 분야의 소득이 높은 농장일수록 치유농업 관련 교육 이수 인력의 비율이 높았는데 치유농업이 기존의 체험농업, 농촌교육농장과 다른 차별성을 갖고 전문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여러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많은 이의 관심과 애정으로 싹을 틔우며 자라고 있다. 세기를 거듭하여 내려오는 그 옛날 히포크라테스의 촌철살인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약에 의존해서는 절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다.

농업과 농촌은 건강한 먹거리, 신선한 공기, 적절한 신체활동과 자연이 주는 쉼을 통해서 스스로 치유되는 힘을 갖도록 도와준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건강 증진의 방법으로 농업을 지혜롭게 활용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유은하<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