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바이러스병도 치료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식물 바이러스병도 치료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3.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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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바이러스 연구, 현재 국부적인 경우 대다수
항바이러스제 탐색 및 물질 처리 기술 개발 노력 필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말이다. 한창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을 때, 마스크 없이 문밖을 나서는 일이 마치 아무런 방호복 없이 방사능 피폭 지대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여겨지던 그때도 질병관리본부의 이 말은 실감하기 힘든 너무나 비현실적인 문장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떤 이는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을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는 핵산 증폭 검사 방법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얘기하고, 코로나19 간이 진단 키트를 동네 편의점에서 언제라도 구매할 수 있는 시절을 지나고 있다.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상황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병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의 누군가는 이 ‘바이러스’라는 단어에서 ‘죽음’을 연상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격리와 고독’을 연상한다. 어느새 사람들은 바이러스라는 것에 대해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도 있는 ‘두려운 무언가’로 인지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과 식물에도 많은 피해를 야기한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광견병 등은 모두 동물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병이며,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CGMMV),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순무모자이크바이러스(TuMV), 자두곰보바이러스(PPV) 등은 농작물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식물 바이러스들이다.

동물 바이러스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여러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는 다르다. 식물 바이러스병의 경우, 병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 처리할 수 있는 약제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한 연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식물 바이러스병 경감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몇몇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식물 바이러스 억제제 개발 연구는 식물이나 미생물 등의 여러 자원을 활용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에서 오배자, 대황, 사탕무 등과 같은 식물 유래 추출물의 식물 바이러스 억제 효능을 확인하였고, 식물 내에서 생산되는 2차 대사산물의 바이러스 저항성에 대해 밝혀냈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다당류 펩타이드 결합체 중에서 항바이러스 효능 물질을 확인하기도 했고, 나노(10-9m) 사이즈의 금속 입자가 감자나 오이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또한 미생물 유래의 휘발성 물질이 식물의 스트레스 저항성을 향상시켜 바이러스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필자가 속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도 천연자원 물질을 활용한 식물 항바이러스 효능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연구된 물질들은 처리 부위에만 국부적으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가진 것이 대부분으로 식물 전체에 항바이러스 효능을 갖게 하는 물질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2023년 지금, 우리는 독감 바이러스에 걸리면 오한에 고열, 근육통에 시달려 며칠을 죽을 것처럼 고생하면서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는 일은 거의 없다. 병원에 가서 독감 치료제를 처방받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병 역시 조만간 이렇게 처방받은 약제로 관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계속된 식물 바이러스 억제제 개발에 대한 앞선 연구자들의 노력을 토대로 꾸준히 항바이러스제 탐색과 물질 처리 기술 개발에 대해 노력하다 보면 바이러스에 걸리기만 하면 뽑아 없애버리기 바쁜 지금을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 수 있을 때가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세나<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