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식 불구 화훼 농가 시름 깊어
졸업·입학식 불구 화훼 농가 시름 깊어
  • 권성환
  • 승인 2023.03.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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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유·농용전기세 등 생산비 폭등 … 거래량 60% 수준
비싸진 꽃값에 졸업식 꽃다발 재판매 속출
“회복기미 안보여 … 정책적 지원 절실”
텅빈 양재동 화훼시장 모습
텅 빈 양재동 화훼시장 모습

졸업·입학식 등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졸업·입학식 등이 대면으로 개최되면서 소비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각종 생산비 폭등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꽃값이 오르면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3일 면세등유 가격은 리터당 1212.20원으로 2년 전 711.53원 대비 70.3% 올랐다. 또한 농사용(갑) 전기요금은 Kwh당 16.6원에서 97% 인상된 32.7원, 농사용(을) 요금은 Kwh당 34.2원에서 47.1% 오른50.3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용인에서 화훼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정부에서 농업인에게 친환경 설비 확대와 난방비 절감 효과를 이유로 전기 난방을 권장하는 것에 맞춰 무리해서 시설을 모두 교체 했는데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올라 손해가 막심하다. 당장 다음 달 전기료를 내야하는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고양 원당동 화훼단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평균 생산비가 30%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여러 세금을 합하면 체감상 50%이상 올랐다”며 “자재비도 두 배 이상 올랐고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또한 배는 올라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농사를 접어야 할 판국인데, 일부 언론에서 꽃 값이 폭등된 것에 대해서만 보도를 하고 있어 소비마저 위축되는 분위기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최근 양재꽃시장의 거래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절화는 총 112만단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76만단, 2019년 171만단에 비하면 60%수준에 그친다. 지난달 절화 평균 판매가는 1만5,195원으로 전년 1만573원 대비 43.7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T 화훼센터 관계자는 “최근 연료비가 폭등해 농민들이 하우스 온도를 꽃이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해 꽃 생산량 자체가 줄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꽃 값이 상승했는데, 경기침체 현상으로 꽃 소비가 더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졸업·입학 시즌 대비 꽃 수요가 어느정도 늘었지만, 난방비, 전기요금 등의 상승으로 그만큼 생산비용이 증가해 주머니가 넉넉해진다는 체감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비싸진 꽃값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엔 사진만 찍은 꽃다발을 되판다는 판매글들이 쏟아지면서 중고 꽃다발 거래가 졸업·입학 시즌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어 화훼 농가들의 주름살을 더 짙게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훼자조금협의회 김윤식 회장은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경기에 민감한 꽃 수요가 당장에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며 “가격 안정 등 농가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