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강황 활용한 간 건강기능 소재 개발
국내산 강황 활용한 간 건강기능 소재 개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1.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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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와 간 기능에 도움주는 한방 치료제 ‘강황’
농가·산업체·소비자 상생 모델 구축 필요

강황은 불교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와 조선시대 여러 고문서에 재배나 종묘제례 등에 사용된 기록이 있을 만큼 익히 알려진 작물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재배되지 않다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재도입된 된 것으로 전한다. 예로부터 강황은 소화와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등의 한방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국내 생산량은 2016년 2,365톤까지 증가하다가 판로 확보의 어려움으로 2020년 기준 361톤이 생산되고 있다. 

강황은 전 세계인이 주목한 기능 성분인 ‘커큐민’에 집중된 연구로 커큐민의 함량이 곧 원료의 품질로 인식되었다. 국산 강황은 여러 해 동안 재배하는 외국산과 달리 한 해 재배해 수확한다. 이로 인해 우수한 외관과 품질에도 불구하고 커큐민 함량이 낮고 인건비는 높아 판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더욱이 외국산 원료에 맞춘 원료 제조공정으로 농가 소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국산 강황의 기능성물질 10종을 분리하고 세포와 동물실험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억제 효과를 분석했다. 그리고 가장 활성이 우수한 물질은 ‘커큐민’이 아닌 ‘비스데메톡시커큐민’으로 밝혀내면서 간 건강을 위한 새로운 기능 성분을 확립하였다. 또한, 지방간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낮추고 지방 분해를 늘려 간의 지방 생성 억제를 입증하였으며, 고시형 간 건강기능식품원료로 등록된 밀크씨슬보다 효능이 우수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산 강황을 이용한 간 건강 원료 소재로서 ‘비스데메톡시커큐민’을 기능 성분으로 설정하고 제조공정 표준화 연구와 시제품 원료를 이용한 세포와 동물실험을 추가로 진행함으로써 국내산 강황의 우수성을 확인하였다. 

아울러, 국내에서 한 해 재배한 강황은 물리·화학적 변이가 적고 기능 성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결과를 밝혀냈다. 성분을 추출할 때 온도와 시간, 건조 방법 등 기능 성분이 열에 파괴되는 문제점도 해결하여 기능 성분의 함량을 59.4% 증가시키면서 국내산 강황에 맞춘 제조공정을 과학적으로 표준화한 신공정체제를 구축하였다. 

한편,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계약재배를 통해 판로 미확보로 인한 위험을 감소시키고 부가가치를 재배 농가에 귀속시킬 수 있는 농가-산업체-소비자 상생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국내산 강황의 생산과 유통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늘날 인구 고령화, 코로나19의 장기화, 서구화된 생활 습관 등으로 부쩍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료 수급 문제와 높은 단가로 수입 원료의 사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 재배 특용작물 원료를 이용한 기능성 소재의 개발과 국산 원료의 사용은 저조한 상황이다. 

조선 세종 시기에 간행된 ‘향약집성방’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우리 풍토에 적합하고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약재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였다. 사람, 몸, 풍토는 각각 따로가 아니라는 ‘의토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말로는 ‘신토불이’로 표현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재배되거나 채취할 수 있는 약재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겠다는 ‘의약제민’의 자주적 정신과 의지를 생각해 보면서 특용작물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다짐해 본다.

■이영섭<농진청 원예원 특용작물이용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