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농협 구조적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모색 - 수출
품목농협 구조적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모색 - 수출
  • 윤소희
  • 승인 2022.11.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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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농산물 수출여건 악화 우려
국제생산비 급등·소비위축 등 지속
가격경쟁력 강화·수출물류비 지원폐지 대안 시급

최근 국제적인 경기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등과 더불어 농산물 소비위축까지 심화돼 농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수출 전망마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저가 외국농산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물론, 2024년부터 수출물류비 지원도 중단되므로 신선농산물 수출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조합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농업인들은 현재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및 농자재 가격 상승에 시달리면서 농산물 소비위축에 의한 소득감소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국산 농산물이 해외 시장에서 저가 외국농산물과 품질, 규격, 크기 등 동일조건에서 경쟁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환율 인상, 중국 농산물의 한국산 위조 유통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수출액이 채소류는 215.1백만불로 전년대비 10.3% 감소했고, 인삼류는 179.1백만불로 1.7% 감소했으며 과실류의 경우 254.7백만불로 3.6% 증가했으나,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전체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 보면 신남방, 중국, 신북방 등에 비해 미국과 EU·영국으로의 증가세는 둔화됐다. 

EU·영국은 물류 적체 현상 지속,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전체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미국은 재고 물량 처리,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으며, 인삼류의 경우 인플레이션, 경기 하향 및 수입 바이어들의 물량 조절 영향으로 증가세의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배는 전년보다 빠른 추석으로 8월까지 조생종 배 수출이 대부분 마무리된 영향으로 8월 대비 9월 증가세가 둔화됐다.
 

물건을 싣고 있는 컨테이너선
물건을 싣고 있는 컨테이너선

품목별로 보면, 배는 올해 10월 기준 수출물량 1만5,677톤, 수출액 4,732만3천불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주 수출국인 미주지역의 선박부족, 선박운임상승 등 물류난의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상승해 수출물량이 감소해 2만1,874톤, 수출액 7,183만5천불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신선배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43.1%를 점유하고, 이어서 대만 38.8%, 베트남 7.9%로 3개국의 수출실적이 전체 실적의 89.8%를 점유한다.

10월을 기준으로 미국에 6,847톤을 수출해 수출액 2,381만6천불을 기록했고, 대만 4,801톤 1,223만4천불, 베트남 2,340톤 577만2천불, 홍콩 474톤 146만1천불, 캐나다 255톤 91만7천불을 기록했다.

한국배수출연합(주) 관계자는 “배는 수출국가가 미국, 대만 중심에서 수십년간 한정돼있다가 이제 베트남 쪽으로 조금씩 나가고 있다”며 “배가 연중공급이 아닌 명절 위주로 공급되다보니 소비도 현지인보다 교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점차 현지인으로 소비층을 늘리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 또한 지속적인 과제이며, 현재 주 수출 품종이 신고 대과로 나가고 있는데 품종다양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의 3개년 월평균 수출물량은 2,117톤이며, 수확기인 8~10월 이후 명절인 추석, 음력설까지 집중 수출되고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 수출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수출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올해들어 배 수출여건이 별로 좋지 못하다“며 “특히나 동남아 수출가격은 15kg 기준 3만8천원 정도였다가 요즘은 3만2천원 정도로, 6~7천원 가량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수출용 신선농산물을 작업하고 있는 모습
수출용 신선농산물을 작업하고 있는 모습

이와 관련 한국배수출연합(주) 관계자는 “일부 동남아 국가의 경기가 좋지 않아 낮은 가격으로 맞춰달라고 하면서 저품질 배가 수출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따른 한국산 과일의 이미지 저하 및 수출물량 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사과의 경우 주력 수출품종인 만생종 부사가 품위등급 관리 부족 등 주력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이 점점 약화됨에 따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은 한국산 사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나 대만 시장 내 점유율은 약 1% 내외로 미미하며, 미국산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의 대부분인 약 37%를 차지하고 있고, 경쟁국 중 일본은 고품질 상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으로의 수출실적은 증가했으나, 국산 사과 품질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출단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도 중국산과의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수출실적이 떨어졌다.

사과는 올해 10월 기준 수출물량 1,401톤, 수출액 422만3천불을 기록했고, 국가별로는 대만 641톤 208만2천불, 홍콩 210톤 71만불, 베트남 161톤 42만2천불, 싱가포르 99톤 29만3천불, 말레이시아 60톤 15만6천불을 기록했다.

충북원예농협 APC 관계자는 “사과는 현재로선 대만 등 수출가격이 나쁘지는 않고 주문도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문제는 작업할 인력이 부족해 양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파프리카는 수출량이 국내 생산량의 35~40%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7년 3만4천톤까지 10여년간 지속적 상승세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프리카를 수출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내에서도 자국산이 생산되고 있어 경쟁력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품의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할 것이고, 엔화가 떨어지고 있어 수출이 거의 일본으로 이뤄지는 파프리카의 특성상 업계는 더욱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출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하긴 하지만, 각종 여건들로 인해 어려움도 같이 따라올 것이며,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에 대한 대안을 정부 차원에서 빨리 마련해야 2024년 이후로도 수출이 원활하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수출업계 내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 따라 2024년부터 폐지되는 수출물류비 지원에 대한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게 일고 있다.

2015년 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결정에 따라, 선진국은 각료 결정 채택 즉시 모든 농산물의 수출보조금을 철폐하고 개발도상국은 2018년까지 철폐가 결정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2023년까지는 마케팅비, 물류비 등의 용도를 한정해 수출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WTO 협정에 의한 수출물류비 보조금 직접 지원 금지와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 수출물류비 지원이 폐지된다. 수출물류비 지원사업에 따라 지난해 약 346억 원이 지원됐고, 이 규모는 수출액의 3~4% 수준에 달했다. 

배수출연합(주)의 한 이사는 “지원폐지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에 대한 대체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며 “지금까지 지원되던 물류비 규모만큼 수출 맞춤형 마케팅 비용이나 전용선복 지원 등 간접적으로라도 지원될 수 있는 방안이 신속하게 세워져야한다”고 지적했다.

품목농협 관계자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 대안을 내놓고 싶어도 어떤 것이 WTO 협정에 의한 기준에 저촉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지원이 허용되는 기준이라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업계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해야 그에 맞는 대안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올해 추석 이후 과수 병해충 창궐로 인한 가격 하락세가 보이면서 수출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올해 추석은 이른 편이었던 터라 추석 이후 과일 가격이 아쉬운데, 수출상황도 마찬가지로 우려가 크다”며 “수출로 나가는 물량이 줄어들면 내수 시장도 어려움이 커지게 되니 기존만큼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재해 및 병충해 등으로 비품도 많은데, 가공품 물류 등 가공쪽 비용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본권 아산원예농협 조합장은 “저독성 농약으로 전환되면서 병해충 창궐이 심각해졌고, 러우 전쟁, 환율 상승 등으로 국제적인 경기침체가 가중되는 가운데 수출가격까지 좋지 않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둔화된 신선 농산물의 수출 성장세를 재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 차원의 시장개척은 미흡했던 편이고, 소비자보다는 유통업체 중심의 시장개척이 이뤄지다보니 물량이나 국가 등의 확대가 잘 안 됐던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농산물 시장 다변화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건비, 비료가격, 난방비 등이 전체적으로 대폭 상승하면서 생산비는 급등했는데,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팔리지도 않으니 수출쪽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생산자들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서 농산물을 생산, 수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수립돼야하고, 국가별 트렌드 맞춤형 소비촉진 정책도 함께 동반돼야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격 흐름에 따라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내수물량과 수출물량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각 시장에 교란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내수와 수출을 구분지어야만 장기적인 시장가격 지지에도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지속할 수 있어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