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품종 육성 현황과 전망
파프리카 품종 육성 현황과 전망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9.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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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내재해·내병성 품종 육성 시급
육종 목표·방향 수립 및 기술적 기반 갖춰 나가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힘입어 칼로리는 낮고 영양성분은 풍부한 파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파프리카가 국내에서 처음 재배된 것이 1990년대 중반이고, 생산량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중반임을 고려해볼 때, 파프리카는 매우 빠르게 우리의 식탁에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짧은 재배 역사는 곧 우리의 품종을 개발할 기회 또한 적었음을 의미하는데, 한국종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파프리카 종자수입액은 532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적인 채소인 토마토 종자수입액의 2배를 웃도는 수치로서, 수입 종자 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주요 파프리카 글로벌 종자회사(Enza Zaden, Rijk Zwaan) 등은 오랜 육종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색깔, 크기, 형태의 파프리카를 개발해왔다. 이들은 국가별 선호 특성을 갖춘 품종들을 내세워 국제 종자시장을 점유해 나갔으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파프리카 농가들도 비싼 수입종자를 구입하여 재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약 15년 전부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기술원, 대학, 민간기업 등이 국산 파프리카 품종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유전자원 수집 및 평가, 세대진전, 교배조합 작성 등의 일련의 과정들을 묵묵히 진행해오고 있으며, 그 노력의 결과로 우리 기술로 만든 품종들이 하나둘씩 빛을 보고 있다.

최근 주요 파프리카 육종 목표로는 내재해성이 있는데, 이는 파프리카 재배 작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연교차가 큰 국내 기후 특성상, 경남, 전남, 전북 김제에서는 7월에 파종하여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수확하는 겨울재배가 주를 이루고, 강원, 전북 남원에서는 2월에 파종하여 6월부터 11월까지 수확하는 여름재배가 주를 이룬다. 겨울재배의 경우 저일조와 저온에 노출되고, 여름재배의 경우 고온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러한 불량 환경에서도 착과가 양호하며, 생리장해과 발생이 적은 품종을 개발해야만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 

재배안정성 측면에서 내병성 품종 육성 또한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대부분의 수입 품종들은 토바모바이러스속(Tobamovirus)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피해가 심각한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 품종만이 중도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많이 발생되는 바이러스 저항성 품종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최근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시들음병이나 뿌리이상비대병에도 저항성을 가지는 복합내병성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본 내재해성이나 내병성은 앞으로도 중요한 품종 육성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 심화에 따라 고온기간 연장, 다양한 이상기상 발생 증가는 물론, 병원체 분화 및 신규 병해충 유입에 따른 피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 기호를 고려한 대과 품종이나 고기능성 품종 등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육종 목표 및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끝으로 품종 개발의 효율성 측면에서 유용 특성을 보유한 자원을 조기에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선발자원의 특성을 단기간에 고정시킬 수 있는 방법 수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로써 국내 여건에 맞는 육종 목표 설정과 함께, 해당 품종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들을 갖춰 나간다면 파프리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효봉<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