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유전자원 중장기 안전보존 대책
배 유전자원 중장기 안전보존 대책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4.20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물학적 피해 보존위한 기내저온보존 시스템
생육억제 포트 재배로 중장기적 실내보존 가능

배는 미국, 대만, 호주 등 전 세계 30여 나라에 3만여 톤이 수출되는 주요 수출작목이자, 전통적으로 명절 제수용,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 대표 과일이다. 최근에는 배의 일상적 소비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 

배나무는 사과, 복숭아와 같이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과수로 자연 상태에서  50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한 교목 또는 관목성 유실수이다. 포도와 복숭아와는 3.8~5.9천만 년 전, 사과와는 0.8~1.6천만 년, 그리고 동양배와 서양배와는 약 3.3~6.6백만 년 전에 분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야생종 배를 재배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배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경제작물로 자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530년경에 발간된 세계 최초의 중국 농업과학기술서인 ‘제민요술 (齊民要術)’에는 배 재배에 대한 기록과 고려 명종 18년에(1187년) 배나무를 소득 작물로 권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에 와서는 각 지역의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재래종 중에서 병에 강한 ‘청실리’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1대 품종인 ‘단배’를 1968년에 개발하였다. 이후 국내외의 다양한 배 유전자원을 수집, 도입하고 안전하게 보존함으로써 내병성(병에 강함), 자가결실성, 장기저장성,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고품질 배 품종육종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전국에서 수집한 재래 배, 야생 배 유전자원 670여 점을 포함하여 1,500여 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특히, 병해충이나 조류 같은 생물학적 피해와 저온․고온․가뭄 등 비 생물학적 피해로부터 ‘과수 유전자원’을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최근 초저온 동결보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저온 용기에 보존하는 ‘기내저온보존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했다.

초저온 동결보존 방식은 추위에 비교적 강한 사과 유전자원에 적용이 가능한데, 잎눈이 1~2개 포함된 휴면 가지를 저온 건조한 뒤,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통에 넣어 반영구적으로 보존한다. 기내 저온보존은 초저온 동결보존에 알맞지 않은 배와 감 등이 대상이다. 배의 경우, 어린 새순을 실험실에서 증식한 뒤 보존 배지가 담긴 투기성 조직 배양묘 보존 전용 비닐봉지에 넣어 1~4도(℃)에 두어 보존하면 배지를 옮기지 않고도 4년간 보존이 가능하다.

또한 냉동보존이나 기내도입에 적합하지 않은 자원에 대해서는 왜성대목과 영양공급 최소화를 통한 생육억제 포트 재배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실내에서 배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유전자원’은 자연의 위대한 선물이자,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의 원천이다. 앞으로는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실 없이 안전하게 미래 유망소재로 평가․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존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배연구소에서는 2030년까지 과수 실내 보존연구동 건립을 통해 초저온 동결보존, 기내 저온보존, 포트 보전을 통해 핵심자원과 국내 육성품종 등 유전적·육종적 가치가 큰 대부분의 자원의 실내 보존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양한 유전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정부나 민간 등에서 활용이 제고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보존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환경에 영향이 적고, 품질이 우수한, 즉 국내외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배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신일섭<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