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육종과 버섯의 변신
디지털 육종과 버섯의 변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3.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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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기업서 산업용 소재로 주목받는 ‘버섯 균사체’ 주목
효율적 디지털 육종 패러다임 전환 이뤄져야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공공시설물 등 일상 속 모든 것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은 애매모호함이 없이 딱 떨어지게 표현되어 명확하고, 빠르며, 편리하지만 냉철하다. 

농업은 어떨까?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농업은 아날로그 감성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현대인을 위한 치유농업 분야도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농업에서는 급속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각해짐에 따라 청년농업인 양성, 농작업의 기계화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팜 같은 디지털 자동 환경제어 등이 농업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화두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신 패러다임이다. 전 세계 121개국이 2050탄소중립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였고 우리 정부도 2050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마련하여 실천해가고 있다. 농업 분야도 합리적인 시비 관리, 토양 관리 등 재배적 방법과 바이오 산업소재 개발 등을 통한 탄소발생 저감을 위한 농업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들과 기업이 다양한 산업용 소재로 주목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버섯 균사체이다. 이미 버섯 균사체를 이용하여 만든 대체 고기, 대체 가죽 등이 햄버거나 핸드백 등의 제조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산업용 원료로 이용하려면 목적에 맞는 특정 형질이 강화된 버섯균사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특정 목적 형질을 갖는 품종을 육종해서 뒷받침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제는 경험 중심의 전통 육종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기반한 효율 중심의 디지털 육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육종의 대략적인 품종 개발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유전자원의 특성, 유전체, 표현체, 환경정보 등 다양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화하여 정제·가공·통합한 빅데이터를 구축한다. 이후 인공지능은 모델학습을 통해 후대에서 발현되는 복합형질을 예측하고, 최적의 교배조합을 선발해 낸다. 한마디로 신속하고 정밀한 품종 개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육종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디지털 육종 기술이 정착되면 육종 기간을 30%에서 50% 정도 줄일 수 있고 실제 상품화율도 50%까지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기후변화, 탄소중립, 소비 트렌드 변화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요구에 때를 놓치지 않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필자가 소속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에서는 전통육종 방식에서 디지털 육종방식으로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디지털 육종연구실 기반 구축 공사를 추진 중이다. 올해 안으로 마무리가 되면 버섯 품목별 오믹스 정보에 기반한 표준화된 형질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유용 형질 마커를 개발하고 유전자 교정기술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산업용 균주 개발  연구를 차근차근 진행해 갈 예정이다. 

디지털 육종으로 육성한 버섯 품종이 건강과 기능성을 겸비한 안전한 먹거리로,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탈탄소 산업용 소재로, 또한 건축자재나 플라스틱, 가죽을 대체하는 환경 친화적인 생물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주축이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이윤상<농진청 원예원 버섯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