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大麻)의 효능과 활용 방안
대마(大麻)의 효능과 활용 방안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2.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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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식품·의료용 등 이로운 용도 지닌 ‘대마’
규제개선 위한 정책 연구 개발 경주해야

잊을 만하면 매스컴에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유명 연예인 혹은 외국인이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되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일은 1976년 대마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대마는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피폐하게 한다.’는 인식과 함께 대마는 결코 사용하면 안 되고, 접촉해서도 안 되는 맹독성 해로운 물질로 오해하기도 한다. 생육이 한창 진행 중인 대마의 어린잎이나 암꽃에는 식물성 수지(樹脂)의 일종인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가 분비되는데 카나비노이드 66종 중 도취(환각) 효과를 발휘하는 주요 성분이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이다. 199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는 대마 품종의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함량 0.5%를 기준으로 마약용, 산업용을 구분하였으나 그 후 육종가들이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함량이 적은 품종을 육성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0.3%가 기준으로 정립되었다. 

대마는 쓰임새가 많은 작물이다. 첫 번째로는 줄기의 껍질을 벗겨 베를 짜는 섬유작물로 이용했다. 고려 말 목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민초들은 삼베옷을 가장 많이 입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섬유용 대마를 재배했다. 7월이면 수확한 대마를 시냇가에 설치한 대형 솥에 쪄내 껍질을 벗기는 것이 일상이었다. 껍질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베로 짜 여름철 농작업복, 장례 상복과 수의로 이용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대마섬유로 의류, 밧줄 등 산업용 섬유와 자동차 내장재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대마의 두 번째 용도는 식품이다. 대마 종실의 껍질을 벗긴 것이 햄프씨드인데 주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이다.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여러 요리재료 또는 된장 등 발효식품으로 가공된다. 특히, 지방은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이 1:3으로 이상적이다. 대마 기름을 섭취하면 심장혈관계 질병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대마 기름의 지방산 중에는 피부 노화를 지연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 또는 완화하는 효능이 있는 감마리놀렌산도 함유돼 있다. 현재 대마 종실은 건강기능식품, 고급화장품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대마는 의료용으로도 사용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마는 66종의 카나비노이드를 분비한다. 카나비노이드 구성분 중 카나비디올(CBD)이 있는데 이것은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과 달리 도취 효과가 없고 의료 효과가 많다. 현재 카나비디올(CBD)이 주성분인 ‘에피디올렉스’는 미국 FDA에서 뇌전증 치료제로 승인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의사의 처방과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과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마관련 규제법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성숙한 대마의 줄기와 종자’를 제외한 부위의 활용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즉, 의료용 대마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어 대마관련 산업계와 학계에서 이러한 규제개선을 위한 정책과 연구 개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대마 산업 발전을 위해 종자 번식 품종 개발, 의료용 대마 원료의 국내 생산과 품질관리 표준화 기술 개발, 의약품 원료 활용을 위한 대마성분의 효능 발굴과 기전 구명, 새싹대마(삼싹)의 식품공전 등재를 섭취 안전성 연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대마 관련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되고 위에 언급한 연구들이 성과를 낸다면 국내에서도 대마가 신소득 작물이자 질병치료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윤호<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