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행동·적응성 변화 … 해충 개체수 증가 이어져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많은 학자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주목해왔다. 인류문화와 산업 발전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35%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환경의 중요한 요소이다. 눈여겨볼 점은 곤충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를 지니고 있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감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담배나방은 아랫입술수염(labial palp)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화학 감각기를 가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왕담배나방의 화학 통신에 이용되는 성페로몬 인식과 생산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수컷의 성페로몬 인식에 교란을 주어 교미 행동에 영향을 주었고 암컷의 성페로몬 생산량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는 식물성장률과 식물조직의 이화학적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식물 형태 생리적 특징인 식물의 생체량, 잎의 질감, 탄소와 질소의 비율 등이 증가하고 식물의 일차대사물질인 탄수화물과 당, 식물의 이차대사물질인 페놀, 탄닌 성분 등이 증가한다.
이러한 식물체의 변화는 식물을 먹이로 하는 식식성(植食性) 곤충의 행동과 적응성(fitness)에 변화를 가져온다. 먹이 소비량이 증가하고, 유충 발육 기간이 길어지는 반면, 먹이변환 효율, 상대적 성장률, 유충 생존율, 번데기 무게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식물체를 씹어먹는 저작형 입 구조의 나비목 유충 발육과 성장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390ppm)보다 높은 농도에서 사육한 왕담배나방의 경우를 보면 유충 생존율이 감소하고, 유충 발육 기간이 늘어나며, 성충과 번데기 출현율이 감소함으로써 세대가 지날수록 개체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산화탄소 농도조건 550ppm과 750ppm에서 자란 조명나방은 유충의 먹이 소화력과 대사 효율이 감소하였고 390ppm에서 자란 유충보다 사망률은 높고 번데기 무게는 낮았다. 또한, 유충 발육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유충 발육 기간의 연장은 주변 천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개체수 감소의 원인이 된다.
공심연자초(Alternanthera philoxeroides)를 먹이로 성장한 딱정벌레목(Agasicles hygrophila)는 750ppm에서 자란 곤충들의 내적 자연증가율, 기간증가율, 개체군 증가율이 420ppm에서 자란 곤충보다 높았고 평균 세대기간이 짧았다. 진딧물류인 보리수염진딧물, 싸리수염진딧물, 기장테두리진딧물, 목화진딧물, 복숭아혹진딧물, 아카시아진딧물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높은 조건에서 새끼를 낳는 기간이 늘어나고 생산하는 새끼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노린재목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농도보다 증가한 조건에서 개체군 순증가율, 내적 자연증가율, 기간증가율은 늘어나고 애벌레(약충)의 발육 기간과 평균 세대기간은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딱정벌레목, 진딧물류를 포함한 노린재목 곤충에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유리하게 작용하여 미래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는 인류가 어떤 문화와 산업을 지향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구촌에 가장 많은 종을 구성하고 있는 곤충의 생존과 번식은 인류의 선택에 좌우될 수 있다.
■안정준<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