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사과 대목의 필요성
국산 사과 대목의 필요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1.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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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경에 적합한 대목 개발 필요
품종 다양화해 이상기후 대비해야

사과는 사과나무에 열리는 과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과 과수원의 나무는 열매가 열리는 지상부의 접수 품종과 뿌리 역할을 하는 대목 품종, 즉 2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나무가 접목된 나무이다.

사과의 접수 품종은 ‘후지’, ‘홍로’, ‘아리수’ 등으로 익는 시기, 모양, 색깔, 맛 등 우리가 먹는 과일의 특성을 결정한다. 이에 비해 사과의 대목 품종은 접수 품종의 세력, 다시 말해 나무 크기를 조절한다. 따라서 사과 묘목을 선택할 때는 대목 품종에 따라 나무 간 간격과 나무의 모양, 물주기 등의 과수원 관리가 달라진다. 대목 선택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물분류학에서 접수 품종 사과나무의 학명(Malus domestica Borkh)은 사과속(屬) 식물 중 길들여진 식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목 품종의 학명(Malus Mill)은 사과속(屬) 식물 전체를 포함한다.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과 대목은 접수 품종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대목 품종은 수십 종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서는 ‘M.9’와 ‘M.26’ 품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상이 빈번한 환경에서 ‘M.9’, ‘M.26’을 사용한 사과원에서 재배상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M.9’대목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품종이다. 접수 품종의 세력 조절이 용이하고 묘목을 심은 후 첫 착과 시기가 빠르며, 생산성이 높고 과일 품질이 우수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밀식재배 사과원에서 땅심에 따라 나무 간 세력 차이가 심하다. 언 피해와 습기 피해, 건조 조건으로 인한 피해로 고사도 빈번히 발생한다. ‘M.26’ 대목은 주요 접수 품종인 홍로, 아리수와 접목 불친화성이 있어 접목 부위가 부풀어 오르고 물리적 압력에 의해 부러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에서 개발된 대목들은 선발 과정에서 해당지역의 환경에 적합한 대목을 선발하였기에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 적응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M.9’, ‘M.26’이 육성된 영국은 해양성 기후로 연중 고른 강수 형태를 보이고 우리나라에 비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온화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로 여름에 강우가 집중되고, 나머지 계절에는 강수량이 적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하여 여름의 무더위, 겨울의 강추위와 함께 기온의 연교차, 일교차가 심해 사과나무에게는 무척 가혹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한 대목 품종의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M.9’, ‘M.26’에 한정된 대목 품종들을 다양화하여 이상 환경, 병해충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는 1993년부터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고 병해충에 저항성이 있는 대목 육성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카리1, 2, 3’(Korea Apple Research Institute 1, 2, 3)을 육성하였다. ‘카리1’의 수세는 교목성 사과나무의 60%로 ‘M.26’과 비슷하거나 조금 강하며 면충에 저항성이 있다. ‘카리2’의 수세는 교목성 사과나무의 50%로 ‘M.9’보다 강하고 ‘M.26’보다 약하다. ‘카리3’의 나무 세력은 교목성 사과나무의 30%로 ‘M.9’와 비슷하거나 조금 약하고 면충에 저항성을 지닌다.

이러한 국내 육성 대목 품종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선발하였기에 외국에서 육성한 대목에 비해 여름철 덥고 습하고 건조한 환경이 심한 연교차, 일교차 등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나 기존 대목 품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러스를 제거한 무독묘 양성 과정을 거쳐 올해 말부터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박종택<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