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감귤 품종 개발 어디까지 왔나?
국산 감귤 품종 개발 어디까지 왔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1.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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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대표과일 ‘감귤’ … 묘목생산과 심는데 ‘관심’
하례조생·윈터프린스 등 국산품종 … 다양한 품종 개발돼야

감귤은 감(柑)과 귤(橘)이 합쳐서 생성된 말로, 어원에 대해서 명확히 기록된 것은 없다. 다만, 중국의 귤록(橘錄, 1178년)에 감(柑)과 귤(橘)이 기록되어 있는데, 감(柑)은 덜 시고 맛있는 종류라 하여 밀감 종류와 가까운 품종이고, 귤(橘)은 신맛이 강한 종류라 하여 지금의 탄제린과 가까운 종류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금은 ‘감귤’ 이라는 용어가 감귤류 전체 종류를 부르는 말이 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감귤 재배 품종이 도입된 것은 1900년대 초반이다. ‘미장온주’라는 온주밀감이 처음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의 감귤산업은 온주밀감 위주로 성장하였다. 생산만 하면 농가에게 돈이 되어 대학나무라 불리던 1950년대에서 1970년대를 지나면서 새로운 품종에 대한 요구나 필요성은 별로 없었고, 일본에서 좋은 품종을 도입하여 경쟁적으로 묘목을 생산하고 심는데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감귤은 과잉 생산의 문제에 직면하고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 등락이 심해지면서 구조조정 압박과 함께 새로운 품종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되었다. 이에 1991년 감귤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비로소 체계적인 품종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수, 특히 감귤은 품종 개발이 평균 15년 정도로 매우 길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그 사이 지금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한라봉, 레드향, 천혜항 등의 만감류가 일본에서 도입되었다.

국내에서 개발한 감귤 1호는 ‘하례조생’으로 2004년 처음 개발, 보급되었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국산 감귤은 증명된 것이 없고, 지금까지 돈을 벌어다 준건 일본 품종이었기에 일본 품종 선호 경향이 강하였다. 특히, 감귤나무, 특히 온주밀감 품종은 10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품질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결과를 보기까진 농가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당연히 국산 품종의 보급은 부진한 상태를 이어갔다. 그런데, ‘하례조생’이 개발된 지 10년 후쯤, 이 품종이 시설재배나, 토양피복 재배에서 괜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굳이 홍보 없이도 찾는 농가가 많아졌다. 이때부터 국산 품종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감귤연구소는 ‘하례조생’ 외에도 연내에 수확이 가능하고 식감이 우수한 만감류 ‘윈터프린스’, 소포장 트렌드에 맞는 작은 과실의 고당도 품종 ‘미니향’, 추위에 강한 레몬 ‘제라몬’, 저장성이 뛰어난 ‘옐로우볼’ 등을 개발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연내 수확 가능한 만감류 ‘가을향’ 등의 품종을 개발했다. 덕분에 국가 주도 육종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품종은 2021년 28품종에 이른다. 단, 그간의 국산 감귤 품종의 개발 성과는 최근 5~6년에 집중되고 있다. 대다수의 품종은 사실상 농가 실증을 통한 보급 초기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개발한 감귤 품종은 일본 도입 품종이나, 과거에 개발한 품종과는 다른 그만의 장점을 갖고 태어났다.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성공 여부 판단은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들어 겨울 대표 과일이라는 감귤의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딸기, 키위, 수입 과일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노지 감귤의 과도한 생산과 출하시기 집중, 잦은 이상기상으로 인한 품질 관리 문제 등 가파른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재배 기술의 고도화 등 여러 가지 해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한 가지, 다양한 국산 감귤 품종 개발을 강조하고 싶다.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들이 과거 감귤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의 감귤산업은 우리 품종에 기대를 걸어본다.

■윤수현<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