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과수 해충 관리 전략
겨울철 과수 해충 관리 전략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12.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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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 방제, 과종별 해충 특성 파악 중요
개화시기 전 과원 기계유 살포 효과적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해 신속하게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확진된 사람을 즉시 격리하여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수 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과종별 해충의 정확한 이름과 피해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후 그대로 방치하면 작물의 생육과 수확물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 발생하면 되도록 빨리 살충제를 뿌려 죽임으로써 피해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따라서 해마다 반복되는 과수 해충 피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 해충의 겨울나기(월동)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해충(곤충)이 처음 지구상에 살았던 시기는 약 4억만 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Devonian period)로 알려져 있다. 그 억겁의 시간을 보내면서 해충들은 각자 나름대로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진화해왔다. 그러므로 “그해 겨울이 매우 추우면 해충이 많이 얼어 죽어 피해가 덜할 것이다”라는 우리의 바람은 무모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수 해충마다 겨울을 나는 발육단계가 알, 유충, 성충으로 다르고 월동하는 장소도 나뭇가지 위, 거친 껍질 속, 땅 속, 가해 부위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사과, 배, 복숭아 과실을 가해하여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있는 복숭아순나방은 유충으로 주간부 거친 껍질 밑에서 겨울을 나고, 같은 과수에 비슷한 피해를 주고 있는 복숭아심식나방은 유충으로 땅 속에서 겨울을 난다. 진딧물들은 알로 어린 가지 위에서 겨울을 나고 가루깍지벌레는 알로 거친 껍질 밑에서 월동한다. 한편, 점박이응애는 성충으로 거친 껍질 밑에서 겨울을 나는 반면, 사과응애는 어린 가지 위에서 알로 월동한다.

해충마다 겨울을 나는 발육단계와 월동장소가 다르다는 사실은 월동기와 과수 생육 초기에 실시하는 방제 작업의 실효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수 농가에서 월동기에 실시하는 대표적인 해충 방제 방법인 기계유 살포는 약제의 유효성분인 기름기가 해충의 몸 표면에 직접 닿아야만 숨구멍을 막아 죽일 수 있다. 따라서 나무 표면에서 겨울을 나는 해충인 진딧물, 뽕나무깍지벌레, 사과응애 등은 방제할 수 있으나 그 밖의 해충은 이 방법으로 방제가 쉽지 않다. 다만 기계유를 살포하기 전에 거친 껍질을 제거한다면, 그 속에서 월동하는 복숭아순나방, 가루깍지벌레, 점박이응애 등을 추가로 방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월동기에 기계유를 살포하는 것과 더불어 해충 피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해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다. 물론 해충마다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지만 보통 꽃피는 시기 전후로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이 무렵에 꿀벌의 수분활동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하여 해충밀도를 낮춰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빨리 격리하고 치료해야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나고 있는 해충을 빨리 방제해야 과수 재배 기간 중에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과수는 같은 땅에서 여러 해 동안 재배되기 때문에 이러한 해충 관리 전략을 잘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농약 사용량을 점차 줄여 경영비 절감과 안전한 먹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양창열<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