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품질인증제 도입 통한 화훼 품종 보급
종묘 품질인증제 도입 통한 화훼 품종 보급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11.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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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한 국산품 종묘 보급·확대 절실
종묘 품질인증제 도입 필요 … 국산 종묘 신뢰 회복

한해 농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70%는 재배한 묘에 달렸다고 농업인들은 주장한다. 이는 농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품질 좋은 묘를 재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 품질 좋은 우량한 묘는 어떤 묘를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병충해 발생이 없는 건전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묘의 균일성이 묘 품질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다수 채소류나 초화류와 같이 종자를 파종하여 플러그 묘 형태로 생산 공급되는 작물의 경우에는 동시에 파종해서 물과 양분과 병충해 관리를 잘 하면 생육이 고른 묘를 생산 공급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반면에 삽목, 접목, 휘묻이, 조직배양 등과 같이 영양번식 방법으로 증식하는 주요 화훼류나 과수류는 증식 과정에서 물, 양분, 병충해 관리 뿐 아니라 바이러스프리 묘 생산, 균일한 묘 증식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품종 개발 연구를 시작해 2020년까지 23작목 758품종을 육성한 바 있다. 이중 63품종을 제외한 695품종은 영양번식성 화종의 품종으로, 신품종 이용촉진사업과 산학연 공동연구 사업을 통해 선인장은 국내 재배 품종의 100%가 국산 품종이며, 주요 화훼류인 국화, 장미, 난 보급률은 2008년 5.8%에서 2020년 28.1%까지 올랐다.

여기에 육성 품종 평가회와 농가 현장 평가회를 통한 홍보 노력과 농가 시범재배를 통해 국산 품종에 대한 농업인 인지도와 재배 의지가 높아졌다. 또한, 종묘 자급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고조되고 있다. 작목당 200품종 이상으로 유통되는 품종수가 많아 보급률 향상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국산 품종 보급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고르지 못하게 공급되는 국산 묘에 대한 화훼 농업인들의 불신이 국산 품종에 대한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품질 좋은 묘 생산 기술과 노하우 축적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묘 유통 규격 기준이 없어 외국산 묘에 비해 균일도에서 떨어진 묘가 공급되는 것이다. 건전하고 균일한 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급 물량의 1.5~2배 정도를 생산한 후 생육 정도가 비슷한 묘를 골라 공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통 품질인증 기준이 없어 생육이 고르지 않은 묘가 포함돼도 물량만 맞춰 묘를 공급함으로써 국산 종묘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불량 종묘 유통의 피해는 농업인 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안전하고 우량한 종묘 생산과 품질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2016년 12월에 종자산업법이 개정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화훼를 포함한 원예작물의 종묘 품질인증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국산 종묘 신뢰 회복을 통한 국산 품종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조속히 종묘 품질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화훼 종묘 품질인증제 법제화 기반 마련을 위한 선제적 연구로서 2021년부터 수출용 팔레놉시스와 심비디움을 대상으로 우랑 규격묘 생산체계 확립 기술 개발에 착수하였다. 작목이 확대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화훼 종묘 품질인증제가 도입되면 국산 종묘에 대한 신뢰도 회복과 인지도 개선을 통해 국산 품종 보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영<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