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일손, 키위 충매수분의 필요성
부족한 일손, 키위 충매수분의 필요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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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분 대표 과수작물 ‘키위’, 확실한 과실 생산
노동력부족 시점 … 충매수분 기술 개발·보급돼야

키위는 과일 생산을 위해 인공수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과수 작물이다. 수분수를 심거나 인공수분으로 보완하는 사과와는 달리 키위는 암수딴그루라는 이유로 타가수분이 요구된다. 즉, 키위는 자연적인 타가수분인 충매수분과 인위적인 타가수분인 인공수분을 활용한다.

주목할 것은 꿀벌을 이용한 수분으로 키위를 생산하는 뉴질랜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사람이 도구를 이용하는 인공수분에 의존해 키위를 재배한다. 재배 품종과 개화기가 유사한 수분수가 드물고 이를 활용할 양봉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공수분의 장점은 확실한 과실 생산이다. 키위 과실이 정상적으로 자라기 위해서 약 700~1,200립(알)의 종자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암술이 25~35개로 많은 키위는 암술머리에 골고루 꽃가루가 묻어야 종자가 잘 형성된다. 인공수분은 이를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기술이다.

반면, 인공수분의 단점은 노동력과 제반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꽃가루를 생산한다면 채취 인력과 더불어 여러 장비가 필요하고 구매하더라도 보관할 냉동고가 필요하다. 인공수분용 기기, 석송자, 현탁액(액체수분 한정) 등도 갖춰야 한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수분 작업용 인력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인건비는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도 어렵다고 한다. 과실 생산을 위한 노동력 투입이 한계에 다다랐기에 인공수분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상품성이 뛰어난 자가결실성 품종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인공수분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은 곤충을 이용한 충매수분이다.

충매수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재배 품종의 개화기와 일치하는 수분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화’와 ‘Chieftain(칩턴)’은 개화기가 대부분 늦어 충매수분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델리웅’은 ‘골드원’,‘스위트골드’ 등 대부분의 황색 과육 품종과 개화기가 일치하여 충매수분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외의 녹색계, 적육계 품종과 일치하는 수분수는 없다. 따라서 개화기 활용 범위가 넓어지도록 다양한 수분수를 선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두 번째는 개화기에 활동 가능한 꽃가루 매개곤충을 선발하는 것이다. 과거 연구에서 사용한 꿀벌, 뒤영벌, 호박벌과 꽃가루를 활용하는 머리뿔가위벌 등에 대한 개화기 활동성과 수분 능력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곤충에 의해 생산된 과실과 인공수분으로 생산된 과실의 특성 비교도 수반되어야 한다.

수분수와 곤충이 선발된다면 마지막으로 이를 활용할 매뉴얼이 필요하다. 방화곤충의 투입 시기, 개화 전 작업, 보조 수단 등 따라 하기 쉬운 매뉴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재배 유형별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키위 충매수분 연구를 시작한다. 암수가 혼식 된 재배 조건에서 방화곤충의 활동성과 수분 능력 검정을 통해 적합한 곤충을 선발하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충매수분 매뉴얼을 개발할 것이다. 현장 실증을 거치면서 경제성 분석을 통해 수분수를 심어서 사라지는 과실의 손실과 인공수분을 하지 않아 생기는 이익을 고려할 것이다.

노동력이 부족하고 인건비가 올라가는 시점에 충매수분 기술이 빨리 개발·보급되어 키위 농가의 노동력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목희<농진청 원예원 남해출장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