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사과 병해충
장마와 사과 병해충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4.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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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영향 월별 기온변동 커져 병해 발생 심각
사과 갈색무늬병, 탄저병 등 발생 대비 위한 방제·배수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는 장마가 예년보다 유독 길게 이어지면서 1973년 이후 장마기간이 가장 길고, 여름철(6월 1일~8월 15일) 전국 누적강수량은 약 920mm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기온을 보면 겨울에는 따뜻했지만 사과 개화기에는 저온 피해가 있었다. 아울러 장마로 7월이 6월보다 선선해 월별 기온변동이 매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상은 우리가 재배하는 사과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우선 병해 발생이 심한 농가가 많았다. 사과 갈색무늬병으로 낙엽이 심해 열매 크기도 작고, 열심히 광합성을 할 잎이 없으니 사과 맛도 좋지 못했다. 열매에 반점이 생기면서 썩어 들어가는 탄저병이 심해 수확량 감소라는 치명적인 피해를 본 농가도 있었다. 해충은 5월 이후 과실을 직접 갉아먹는 심식충류 발생이 많았지만 다행인지 장마 이후로 해충은 그리 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지난해 병해충 발생 상황이 계속 이어질까? 일부는 이어질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세계, 즉, 뿌리 부분의 문제이다. 정말로 빗물이 잘 배수되는 농가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은 농가는 지표면에 물이 고이지 않으면 배수가 잘되는 것으로 착각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지난해 50여 일간 비가 왔었다면 이 기간 뿌리에는 많은 부분이 물에 잠겨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큰 문제없이 열매를 수확하였다고 하더라도 봄철에는 농가에서 추운 겨울 이후에 보이는 동해(언피해)가 많이 보일 것이고, 뿌리 근처의 주 줄기에서 이상 증상도 많아 심한 경우 나무가 고사할 수도 있다. 대체로 뿌리에서 발생한 문제는 방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과 역병이 적게 발생하였다면 방제 약제로 급한 대처는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병이 진전되지 않도록 배수는 물론 병이 걸린 나무를 제거하여 소각하는 것이 좋다. 사과나무가 고사하지 않더라도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는 나무좀이 쉽게 침투하여 나무를 죽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나무 세력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나무좀 유인 트랩을 과수원 외부에 설치, 예찰해 그 결과에 따라 방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과나무 잎이나 열매에 병이 많아 작물보호제를 앞당겨 살포하거나 살포 간격을 좁혀 살포함으로써 9월부터 작물보호제를 선택하기 어려운 농가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색무늬병, 탄저병 등이 심한 농가의 경우에는 살포한 작물보호제의 저항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병해충의 저항성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저항성은 농가 개개인이 살포한 농약을 살펴보고 그동안 많이 사용하였던 트리아졸계(EBI), 스트로빌루린계(QoI)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트리아졸계(EBI), 스트로빌루린계(QoI) 없이는 사과 병해 방제는 불가능하므로 지난해까지 사용하는 방제 체계에서 병해 피해가 적었다면 이를 최대한 유지하고, 갈색무늬병과 탄저병이 심한 농가는 저항성에 의해 방제효과가 낮아진 것으로 보고 가능한 스트로빌루린계(QoI) 계통의 약제는 삼가야 한다.

농사는 해마다 새로운 경험이 쌓이는 일이다. 그러나 농부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더 많이 보아야 하는 부분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다 보면 과수원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지난해 장마에 대한 대응은 올해도 계속되어야 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스스로 마음가짐과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영식<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