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묘목거래 불공정 갑질 계약 성행
과수 묘목거래 불공정 갑질 계약 성행
  • 조형익 기자
  • 승인 2020.02.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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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입· 불량묘목 구입 시 농가 항변할 길 없어
표준매매계약서 마련 시급
종자원, 법규 개정 및 농가 주의 당부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과수 묘목거래가 활발하지만 묘목 공급업체의 불공정 계약 강요로 농가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묘목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공급업체가 영세, 고령농업인의 약점을 이용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등 거래상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최근 복숭아 묘목을 구입했던 농가의 묘목매매 계약서를 보면 불공정, 책임회피성 문구가 눈에 띈다. ‘묘목 인수 후 외형적 품질규격에 미달될 경우에는 3일 이내에 교환 및 반품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묘목은 가식 또는 재식하지 않은 것으로 인수 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묘목생산자의 재고상황에 따라 불가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반품만이 가능하다’로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입한 묘목에서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비정상 및 변이, 또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바이로드 및 회귀현상에 대해 묘목생산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특히 ‘재식된 후에의 생장에는 묘목생산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다.

묘목공급업체가 의도적이지는 않았더라도 병든 묘나 불량묘목이 공급돼 피해가 발생하면 적정수준의 배상과 보상이 이뤄져야 함에도 이를 담아내는 규정이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감수하고 구입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갑질 계약서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복수의 과수 농가는 “묘목을 구입했음에도 당초 주문 품종이 아닌, 타  품종이 혼입됐을 때 즉시 확인이 불가함에도 이런 규정을 둠으로써 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며 “책임 회피성 내용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수 묘목은 특성상 성목이 되고 과실이 열릴 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갑질을 조장하는 불공정 계약서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과수묘목협회 관계자는 “협회 정회원이 아닌 업체에서 주로 이러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묘목 구입시 협회가 제공하는 묘목매매 계약서에 따르고 농가도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복잡한 품질표시 기준을 간소화 하는 등 묘목거래에 따른 불편사항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며 “묘목거래에 따른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년 경북 경산과 충북 옥천 등 묘목특구를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도 묘목 구입 시 품질 표시된 제품 및 규격, 원하는 품종이 맞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묘목구입 후 영수증 등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