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과수원에도 기계화 준비해야 할 때
사과 과수원에도 기계화 준비해야 할 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12.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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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스마트폰 일상시대 … 사과 생산·소비자 감소
기계관리에 적합한 과수원 체계구축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년 전 단순히 전화 기능만을 하던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다. 우리는 이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일을 처리하고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과 과수원은 20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 물론 밀식재배 체계의 도입으로 큰 나무들이 작아지고, 반듯하게 줄지어 서 있는 과수원으로 변모했지만, 기술 발전에 힘입은 괄목할만한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 바로 낮은 출산율이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농촌의 상황은 도시보다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사과 주산지인 경상북도 대부분 지자체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일부 지자체는 수십 년 내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과수원에 사과는 주렁주렁 열렸지만, 그것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수확해 소비자에게 전달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는 조금은 과장된 상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과 산업을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과수원을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보다 이런 문제점에 먼저 봉착하여 성공적으로 대응해왔던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결론은 과수원 농작업의 기계화였다.

사과 생산 선진국에서의 기계화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노동력 소요가 많은 농작업을 중심으로 기계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트랙터 부착형 절단장치를 이용하여 가지를 일괄적으로 잘라 균일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계 전정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회전 장치를 부착하여 꽃을 솎아주는 기계 적화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기계를 도입하는 것은 과수원에서 일일이 작업해야 했던 예전에 비해 노동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과 생산 선진국에서는 최신 기술들을 적용하여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과수원 전용 로봇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의 눈처럼 불필요한 가지만을 구별해서 자동으로 제거해주는 전정 로봇이나 재식 열을 따라 이동하면서 잘 익은 과실만을 인식해서 수확하는 수확 로봇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이나 상용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과 미래의 기술 발전을 고려해본다면 먼 꿈만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기계 관리에 적합한 과수원 체계까지 함께 갖추어진다면 앞으로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생산시스템이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에서는 과수원 농작업의 기계화는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과 과수원이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이 될 것이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개념의 과수원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지금 우리 태도에 달려있다. 머지않아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는 농민의 뒤로, 기계음이 가득한 사과 과수원을 기대해 본다.

■이동용<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