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09.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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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중심서 원예·축산 등 기능 중심으로 농정 변화 전망
인구·GDP 기여율에선 낮지만 농업 중요성 변하지 않아
청년 일자리 및 후계세대 위해 농업분야 변화해야

향후 국내 농정의 중심축은 쌀이나 과수 등 주력 품목의 안정적인 생산을 기본으로 하면서 품목간 이동에서 기능간 이동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망했다.
또한 국내 농업이 타 분야만큼 성장이 더뎠던 것은 농정기관이나 농민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높게 쳐진 칸막이에서 안주했던 것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즉, 타 분야가 도전과 창의적인 정신으로 성장하는 동안에 농업분야도 문을 열고 융복합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다졌어야 됐지만 그러한 기회를 갖지 못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 장관에서 물러난 후 후학 양성과 국내 농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수 전 장관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났다.

▲오래간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김 전 장관= 2017년 7월 3일 퇴임 후 그해 10월 16일 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정에 나갔습니다. 저에게 임명장을 주셨고 제가 모시던 분이라 유무죄를 떠나 인간적으로 참석하여 성원해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재판에 방청했습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을 다니면서 특강도 하고 시민들을 만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2018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주변 지인들의 권유를 받고 고민 끝에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었습니다. 대구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공직사회에 40년을 근무한 경험을 살려보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경북대학교 초빙 교수로 일주일에 한번 대학원생들에게 농업정책, 유통, 식품, 통상 정책등을 강의하고 지냅니다. 또한 지역 대학이나 단체에 특강과 각종 지역 신문에 기고하고, 단체에 고문 등을 맡아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평생 농정과 함께 하신 만큼 여전히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계실텐데, 경쟁력 있는 농업을 위해 한말씀 하신다면

◇김 전 장관=사무관부터 과장, 국장, 실장, 청장, 공기업 사장, 차관, 장관 등 40년을 농정분야를 두루 섭렵하였습니다. 보람도 있고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농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여러 가지 다른 현안에 묻혀 어려움이 이슈화가 되지 않고 그냥 묻혀있어 아쉽습니다. 묵은 숙제가 그대로 있습니다. 생산 현장이나 농정, 유통, 축산, 통상 등 농정 전반에 걸쳐 많은 과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미루어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공익형 직불제등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개선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국내 농업이 높게 쳐진 칸막이에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더 성장·발전하기 위해선 타 분야가 도전과 창의적인 정신으로 성장했듯이 이를 농업분야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농업이 낙후됐다는 것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높게 쳐진 칸막이에서 안주했던 것이 큰 것 같다는 것.

▲최근 대구경북 도농상생 포럼의 이사장님을 맡아 대구경북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포럼은 어떤 곳인가요?

◇김 전 장관=대구와 경북은 한 뿌리입니다. 1981년 대구시가 경상북도에서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성과도 일부 있으나 여러 가지 애로나 문제점이 많습니다. 서로간에 상생하여 윈윈하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상생하는 여러분야 중 농업식품 분야가 가장 우선적으로 가능하고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경북은 농산물 주 생산지, 대구는 큰 소비지입니다. 타 분야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가시적 효과가 나는 분야입니다. 이 분야 상생을 위한 포럼에 제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전 현직 대학 교수, 시민단체, 농업인 등이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기대합니다.

▲모교이신 경북대에서 후학 양성에 주력하고 계신데 학생들을 만나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김 전 장관=퇴임하면 그동안의 지식이나 경험을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자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가 대학에서 강의를 맡는 일입니다. 학생 중에는 농업인도 있고 시도의원, 조합장, 교사, 공무원 등 다양합니다. 이들과 강의와 토론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 농업뿐만 아니라 경북농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기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수급불안 및 수입산 농산물 증가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김 전 장관=경북은 사과는 물론, 고추, 마늘, 양파등 주요 과일이나 채소, 특작등에서 생산이 아주 많습니다. 16개 품목에서 경북 생산량이 전국 1위입니다. 대구시도 250만 시민이라 농산물 수요가 많은 곳입니다. 다만 이들 품목의 수급조절이나 수매비축, 방출 등의 전통적인 정책은 다소 변화가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은 대책을 추구해야합니다. 현장의 여론이나 대책을 들어보면 여전히 과거 틀에 메여있다는 생각입니다
하루아침에 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날것으로 봅니다. 신기술을 도입하고 생산 비용이나 저장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청년 인력을 유입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생산에서 가공, 유통, 저장,수출, 신소재 등으로 농업의 주력 분야가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이 분야가 발전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북 농업이 앞장서서 이 방향으로 갔으면 아는 바람입니다.

▲ 과수 채소 등 원예산업이 소득작물로 인식되면서 재배가 증가하고 있으나 생산, 유통, 수출 등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김 전 장관=농정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품목간 이동에서 기능간 이동으로 변해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기본이 되는 것은 쌀이나 과수 등 주력 품목의 안정적인 생산입니다. 수도작은 기계화 등 농작업 분야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원예, 축산 등 타 분야로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소득원의 다양화, 영농시간과 작업의 분산이 필요한 거죠. 그래야 복합영농도 가능하고 기능간 융복합이 이루어지며 농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관 재직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김 전 장관=당시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일어나 가축 질병방역에 정신이 없었습니다만 조직 확충 등 종합적인 가축방역 대책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부임초기에 과잉 생산된 쌀 수급안정과 가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 5만톤을 원조하는 것을 관계부처와 협의 우선적으로 이루었고 각종 쌀 대책을 보완한 했던 것이 성과였다고 봅니다.
아울러 그동안의 지지부진했던 농어촌상생기금을 도입했고, 농식품 수출증대를 위한 수출지원단, 특히 청년들과 관련 AFLO를 파견하는 등 수출정책에도 힘을 썻습니다. 이와 함께2016년 농협법 개정이후 마무리하지 못했던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마무리했고, 농촌의 환경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깨끗한 농촌 만들기’ 운동도 펼치기도 했습니다. 농정 포럼, 농정 신문고, 브라운 백 미팅 등 다양한 소통 공간을 만들어 정부와 단체, 민간, 학계와 소통 노력을 하였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한 말씀하신다면

◇김 전 장관=농업의 중요성이 인구나 GDP 기여율 면에서 보면 줄어듭니다만 농업의 절대적 중요성은 변치 않습니다. 이에 대비하여 농업계가 일치단결하여 국민들에게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예 분야도 전통 적인 생산 증대나 품질향상 분야를 토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타 분야와의 융복합 등이 필요합니다. 청년 일자리나 후계세대를 위해서도 농업분야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농업계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살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