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근(Ph.D.,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본부장)
정영근(Ph.D.,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본부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12.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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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다.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1820년 정약용이 우리말 속담을 8자 한문으로 쓴‘이담속찬(耳談續纂)’에 있는 내용이다. 추운 겨울날 농부는 먹을 양식이 떨어져 굶어 죽게 되어도, 살아남은 자식들은 베개 밑에 남겨진 씨앗으로 이듬해 봄에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굶어 죽어가는 농부가 남긴 것은 그냥 단순한 씨앗이 아니라 바로 미래의 희망인 것이다.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E)이 결성된 것을 신호탄으로 세계는 사활을 건 글로벌 종자전쟁을 시작하였다. 오늘날 종자산업은 단순한 종자시장부터 식품산업, 바이오에너지, 제약소재 등과 연계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농업분야의 반도체 산업에 비견되고 있다.

세계종자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세계 상업용 종자시장 규모는 약 450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에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억 달러) 이하로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매년 200억원의 종자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식량주권을 잃는다는 것은 식량안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이고, 식량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비단 농민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맞추어 농촌진흥청에서는 90여종의 작물을 대상으로 매년 100여개의 수요자 맞춤형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품종에 대한 실용화가 농가현장에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한 용도별 최고품질 품종들의 농가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수미, 보리, 콩, 잡곡, 옥수수 등 식량 및 특용작물 위주의 다양한 작물의 종자보급체계를 구축을 통하여 현재 18작물 119품종(1,505톤)의 종자를 전국 농업인을 대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는 6,000톤까지 확대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보급품종의 재배지역이나 주요특성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효율성을 높여 안정적인 종자보급 기반을 구축하였다. QR코드 시스템을 구축하여 종자의 정선·포장·배송·재고 및 입·출고관리 등 전주기에 걸쳐 경로추적 및 생산관련 정보까지 통합관리 된다. 농민들은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품종정보를 확인하여 종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농업에서 종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의 속담에서처럼 종자는 바로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기에 국가차원에서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국립종자원과 함께 그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앞으로도 재단은 농촌진흥청과 연계하여 농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고품질 종자의 지속적 품종개발과 신속한 증식·보급을 통해 농민소득 향상과 나아가 국가안보에 일조할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