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업, 우리 품종 바람이 불고 있다
배산업, 우리 품종 바람이 불고 있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11.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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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편중화 해소하고 소비자 기대 부응해야
다품종 소량생산 정책지원 요구

배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전통 있는 과수이다. 지금은 농가 수익성 하락으로 인한 작목 전환, 도시개발, 농가 고령화 등으로 폐원 면적이 증가하면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약간은 쇠락해 가는 듯 보인다.

기존의 배는 제수용, 고급선물용의 이미지가 강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귀한 과실로서의 대접을 받아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배의 유통이 증가하면서 배를 찾는 소비자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는 이유는 맛있는 배 구매 성공률이 낮기 때문을 꼽는다.
이는 ‘신고’라는 단일 품종의 편중화(재배면적의 83%)가 명절 중심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현재 배 산업을 위축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고’편중화를 해소하고, 소비자가 먼저 찾는 과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배 유통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일상소비용 배의 유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는 ‘원황’, ‘황금배’등 37개 품종을 육성하였다. 이른 추석 고급선물용으로는 ‘신화’와 ‘창조’,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일상소비용으로는 ‘슈퍼골드’, ‘그린시스’같이 껍질이 초록색인 배, 조각과실용 ‘설원’,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 1~2인 가족이 소비하기 좋은 작은 배 ‘기후일호’ 등 기존과는 다른 각도에서 품종들을 선발하였다.

최근에는 품질이 좋은 배를 생산하자는 자정 노력 촉구와 품종갱신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높아지면서 안성은 ‘신화’ 작목반을 구성하여 생장조절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추석에 유통이 가능한 기반을 조성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안성에 보급된 34.1㏊에서 2018년에는 약 7.5톤이 수확·유통되었다.

현재는 익산의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슈퍼골드’가 유통시장에서 인지도를 만들어 가는 중이며, 유통 상인들로부터 품종에 대한 재구매 요청 문의가 꾸준히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그린시스’는 울산과 익산, 정읍을 중심으로 수출용 단지 조성을 통해 국제시장을 개척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점점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화 된 품종과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들의 인식개선, 정책적인 지원 등이 요구된다.
반가운 것은 배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유통시장도 배 신품종을 훨씬 관대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다품목 소량생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을 주도할 핵심 키워드이고, 편리함과 자극적인 새로움에 익숙해 있는 소비자의 눈을,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브랜드화 하여 유통시장에 출하함으로써 배 시장을, 산업을 재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전적인 실험 정신과 굳건한 철학으로 새로운 품종을 심고 가꾸고 계시는 분들께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김윤경<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