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를 준비하는 원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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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6.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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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선언 이후 한반도 농업교류와 정세분석

■인 터 뷰 / 권 태 진<GSn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소 원장>

작년 가을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현재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5개국뿐이다. 여기에다 북한까지 가세한다면 6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미국은 북한을 대상으로 강력한 외교적 압박과 경제제재, 심지어는 군사적 개입을 통해 북한의 핵 무력 개발을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은 북핵 문제를 비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듯 했던 북한은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일주일 전인 4월 20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노선 변경을 선언하였다.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폭파하고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권태진 GSn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소 원장을 만나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정세와 남북한 농업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를 등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여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이상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를 고대하였다. 그래야만 다음 단계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하지도 못했으면서  완성하였다고 발표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지난 수 십 년간 북한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북한은 벼랑 끝에 도달 해야만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올 해에도 그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지난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경제건설 및 핵무력 병진노선의 성과가 매우 크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는 핵무력 개발에서 경제건설로의 노선 변경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김정은 정권은 혼자의 힘으로 경제재건을 할 수 있나?
사실 김정은은 아버지로부터 피폐된 경제를 물려받았다. 또한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도 전에 정권을 물려받아 여러 가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권이 출범되었다. 김정일 집권 말기에 실시된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경제에 대한 타격은 매우 컸다. 피땀 흘려 모은 돈이 일시에 휴지조각이 된 주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모든 것이 무너졌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었다. 김정일은 성난 주민을 다독거리기 위해 화폐개혁을 주도한 국가계획위원장 박남기를 처형하기도 했다. 게다가 100:1로 교환된 북한 원화의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졌으며 시장의 물가가 폭등하는 등 북한 경제는 거의 마비상태가 되었으며 시장에서 북한 원화는 거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화폐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졌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1980년대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에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돈을 빌려줄 나라는 없었으며 남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경색된 상태여서 경제회생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정부는 국가경제를 위한 종자돈을 끌어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민간인이 감추어둔 돈을 양지로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의 감춰진 돈이 시장을 통해 바깥으로 흘러나오게 한 것이다. 긴가민가했던 주민들은 차츰 정부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되고 고수익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후 하나둘씩 민간인이 정부사업에 투자하게 되면서 겨우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2012년부터 김정은은 시험적으로 북한의 경제운용 방식 개편을 시도하였다. 처음에는 소규모의 시범적인 사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다음 점차 규모와 지역을 확대하고 확신이 서면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매우 조심스런 태도로 북한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완성되고 법령 개정 등 제도적으로도 개혁이 마무리 되었다. 어쩌면 이는 북한이 다음 순서인 개방을 준비하기 위한 내부 개혁 과정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외부의 시각으로는 핵개발만 보였을 뿐인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방을 준비하기 위한 내부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 시장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진다니 놀랍다
그렇다. 소비자가 됐든 생산자가 됐든 시장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것은 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정부와 협동농장 그리고 농민 등 개별 경제주체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했다. 이는 주고받는 관계를 명확히 하는데서 출발한다. 각 경제주체의 역할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역할에 맞게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모내기전투를 하면 북한 주민들은 거주지역이나 성, 연령에 관계없이 모내기에 강제적으로 투입되곤 했다. 밥 한 끼로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내기 노동력을 지원받는 협동농장은 밥 한 끼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여 이를 협동농장의 경영에 100%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협동농장에 국가 토지를 사용케 하는 대가로 협동농장에 토지이용료 지불을 요구한다. 이 밖에도 국가가 협동농장에 제동하는 물에 대한 수리 사용료, 비료, 농약, 비닐, 종자 등 협동농장에 제공해준 물자의 가치에 상응하는 만큼 정부수매 형태로 정부의 몫을 가져간다. 수확 후 최우선적으로 정부는 협동농장에 대한 기여분 만큼 곡물을 수매한 다음 나머지는 협동농장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
북한의 농장법에 의하면 정부가 제대로 물자를 보장해주지 못할 경우 그것에 비례하여 농산물 수매량을 줄이도록 되어있다. 반면 협동농장에 물자를 충분히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동농장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협동농장에 묻게 되고 농장원의 분배몫은 줄어들게 된다.

- 경제개방의 물살을 탄 것인가?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북한 전체를 개방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모르니 모기장처럼 일부지역, 특구중심으로 조심스럽게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중앙급 경제개발구 중심으로만 개방을 시도하고 나머지 지역은 차단하며서 개방이 이뤄졌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22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설치하여 한국과 중국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 중에는 농업 전문 개발구가 조성되기도 하고 농업과 관광을 결합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구가 조성되었다. 아직은 이렇다 할 만큼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개방에 대비하여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등 북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시장이라고 하면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현재 북한은 초보적이나마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을 상당부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기업인들도 실감할 정도다.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통 기능 분화와 활성화, 전문화가 이뤄졌다. 소비시장도 분화되어 소매시장, 도매시장, 노동시장, 부동산 시장 등이 생겨나고 있으며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수송업자나 물류업자들도 많이 생겼다.
심지어 기업이 자체 무역회사를 만들 수 있게 제도를 개정했으며 상업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게 지방은행을 개편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부는 국경지역을 통한 비공식적인 밀수가 많이 이뤄지는 것을 알지만 크게 단속하지 않았다. 그것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물가는 중국보다 비싸지만 그 차이는 유통비 정도라 특별히 비싼 물가라고 볼 수 없다. 중국과 북한 시장의 물가가 일정 폭 이상으로 벌어지면 중국으로부터 북한 시장에 물자가 유입되기 때문에 북한 시장의 물가가 곧 안정을 찾게 된다. 문제는 북한의 외환 사정이다. 북한의 상인이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수입할 수 있는 충분한 외환이 확보되어 있기만 하면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비록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며 수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돈이 시장에 돌면서 주민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나
북한 내 주민의 시장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유효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득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었다. 주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패턴이 바뀌고 선호하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돼지고기는 쌀에 비해 상대가격이 상승했으며, 쌀은 옥수수에 비해 상대가격이 상승하였다. 이는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하고 과일과 채소섭취도 늘어난다. 과거에는 간혹 보이던 소규모 비닐온실 대신 대규모 유리온실이 건축되었으며 온실전문협동농장이 창설되는 등 변화의 모습을 실감나게 증명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온실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대규모 과수농장을 개설하는 등 채소와 과일, 심지어 상시재배가 가능한 버섯재배에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부문에 대한 기술수준은 낙후된 상황이다.

- 현재 김정은 정부가 관심을 쏟는 이슈는 어떤 것인가
김정은 정부는 종자혁명, 감자농사혁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종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지만 기술수준은 몹시 낮다. 채소나 과수 생산을 늘리고자 하나 아직은 육종기술이 뒷받침 되지 못하여 생산성 증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채소 원예에 하이브리드(F1)육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남북한 사이에 기술협력이 추진된다면 이 부문에 대한 요구가 맨 먼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정부의 관심이 식량이슈에서 벗어난 듯 하다
김정은 정부는 과수채소 등 원예산업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먹고 살만해 졌다는 증거지만 누군가는 쇼맨쉽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근거 있는 자신감에 의거한 것이다. 그 동안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전문식당들이 꽤 많이 생겼고 찾는 사람이 없을 것 같던 스키장이나 물놀이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 인근 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토지정리와 수리사업 개발도 계속해왔다. 재원이 부족하고 기술도 부족하지만 외부의 경제적 압박 가운데서도 농업기반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것 같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김정은 정부가 농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

- 핵개발 포기가 농업에도 연관이 있나
그렇다. 핵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의 국방력을 길러낼 수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 대신 핵 개발을 통해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체제를 보장받게 되면 북한은 군사비용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며 대신 농업을 비롯한 경제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군사기술이 아닌 산업기술 개발에 더 많을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 농업기술의 개발을 통해 먹는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기대된다.

- 앞으로 이뤄질 농업분야의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강조하는 것이 고리형순환생산체계이다. 경종과 축산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할 것이다. 북한이 강조하는 온실 채소재배와 과수도 매우 강조되는 농업협력의 테마이다.
북한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정부개발원조(ODA)와 같은 복합프로그램 형식의 협력을 선호할 것이다. 그간 농업분야의 협력은 민간단체의 의한 개발지원이 다양하게 시도되었기 때문에 규모를 좀 더 키우면서 분야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차원의 개발협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북한이 쌀 지원처럼 구호차원의 협력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원조가 아닌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경협과 같은 쌍방이 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협력을 원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협력이 활성화 되면 등가는 아니지만 양쪽 모두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형태의 경제협력이 주를 이룰 것이다.

- 인도적차원의 지원과 개발지원, 경제협력의 구분은 어떻게 되나
예로 들어,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식량을 지원하면 이는 인도적 지원이나, 조림을 위해 현지 노동자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로 식량을 지원하면 이는 개발지원이 된다. 흔히 투자로 대표되는 경제협력은 이윤이 발생할 경우 자본이나 노동에 대한 기여분만큼 성과를 분배하기 때문에 상호이익을 위해 교류하게 되는 경우다. 앞으로의 남북협력은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쌍방이 이익이 되는 교역이나 경협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협력사업은 시범단지처럼 이뤄지게 될지
협력의 틀을 시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설 보수나 교체비용을 위한 물자는 시장에서 번 돈으로 다시 시범단지에 투자되는 등 계속 순환되어야만 한다. 각자의 특구성격이 다른점을 감안해도 물자공급처가 따로 있고 이윤은 어디론가 휘발되면 자생력이 생기지 않는다. 과거의 사업들은 지원성격이 강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개발협력사업에서 성과와 지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남북한 협력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보장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문제에 또 다시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협력사업의 수혜자를 특정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인도적 지원과 개발지원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공급되어야 하기에 수혜 대상을 특정화하지 않고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협력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소수의 정치지도자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타겟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범위도 평양에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