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생물계절 변화의 영향 주목해야
감귤 생물계절 변화의 영향 주목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9.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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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노지감귤 새순 나오는 시기 한 달 빨라
여러가지 요인들 검토해 변화하는 기후 대응해야

적도 부근에 위치한 라오스 북부 남박 지역의 감귤 산지에는 농촌진흥청 코피아센터가 있다. 필자가 감귤 생산성, 품질향상 사업 기술지원을 위하여 방문한 적이 있는데, 현장에 가보니 토종감귤이 주로 재배되고 있고 원시림 나무처럼 위로만 자라고 가시는 매우 날카로웠다. 재배 여건은 매우 열악하고 생산성도 떨어졌다. 그래도 돈이 되니 농부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재배를 이어가고 있었다. 가지를 전정․유인하고 접목법을 가르치면서 며칠을 보냈다. 1월이지만 우리나라 여름 날씨처럼 더웠으며 나뭇가지에 새싹도 돋아났다. 언제 꽃이 피냐 물었더니, 곧 필 때가 되었다고, 그러나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라오스에 방문하기 전에는 막연히 기술력이 떨어져 생산성이 낮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재배기술도 재배기술이지만 생물계절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날씨가 더우니 산지에는 계속 새순만 나오고 있었다.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는데 꽃눈분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생물계절(phenology)이란 계절에 따른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나타내는 생물들의 반응을 말한다. 감귤 생물계절은 1년 동안 감귤의 발아ㆍ성장ㆍ개화ㆍ결실 등이 속하며 이는 감귤나무가 환경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생물계절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여 24절기에 따라 농사짓기가 편하다. 그러나 요즘 날씨를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감귤 과수원 상황도 라오스처럼 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있고 봄철 새순이 나오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도 내 14개 감귤원에서 30년 동안 노지감귤 새순이 처음 나오는 시기와 만개기를 조사하였더니, 새순 나오는 시기가 가장 빠른 것은 2021년 3월 21일로 가장 늦었던 1996년 4월 19일보다 거의 한 달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만개기는 거의 20일 정도 앞당겨졌다. 봄순 발아기와 만개기가 빨라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여름순이 빨리 나오고 가을순도 예전보다 빨리, 많이 나오는 것이 더 걱정이다. 가을순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이듬해 꽃 피울 곳에 쓸 에너지를 가을순에 사용해 생산성이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느 과일이든 생산에 제일 중요한 제1요소는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이다. 꽃이 생기지 않으면 열매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온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서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현재(2000-2019 기준) 대비 2040년까지 1.3∼1.6℃, 2060년까지 1.6∼2.9℃ 상승하는데, 특히 제주의 기온(SSP5-8.5, 사회경제적 고속성장 경로)은 현재(2000-2019)에 비해 2040년 약 1.1℃, 2060년에는 약 2.7℃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는 지금보다 봄, 가을 기간이 줄어들고 여름 기간은 늘어난다고 한다. 생물 계절적으로 생산성에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열대나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생물계절의 불안정으로 감귤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 감귤원 상황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다양한 기상환경 조건 하에서 생리적 반응, 꽃눈분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검토함으로써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문영일<농진청 원예원 원예작물부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