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감귤 무인방제 위한 첫단추, 수형 바꿔야
노지감귤 무인방제 위한 첫단추, 수형 바꿔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0.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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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는 무인방제 할 수 있으나 노지는 무인방제 쉽지 않아
늦었지만 사과와 같이 수형부터 바꿔 나가야

위성지도로 제주라는 섬을 보면 한라산 남쪽으로 하얗게 반사되는 것들이 보인다. 특히 서귀포를 중심으로 동으로는 표선, 서쪽으로는 중문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빛난다.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이게 다 비닐하우스라고 말하면 그때서야 듣는 이 마다 깜짝 놀란다. 이렇게 비닐하우스가 많다고? 1990년 25.5ha였던 제주도 내 비닐하우스는 현재는 거의 5천ha까지 늘었다.

여기에서는 여름철 하우스귤이 나오고,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맛있는 귤이 재배된다. 비닐하우스에서 감귤을 재배하면 소득이 증가하니 당연히 늘 수 밖에 없다. 돈이 되고 이것이 감귤산업을 견인하니 증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5천ha 정도만 해도 비닐하우스로 꽉 차 보이는데 앞으로 더 늘어난 모습은 언뜻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돈이 되니 비닐하우스에서 귤을 재배하고 싶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주도의 많은 땅이 비닐하우스로 뒤덮이고 결국에는 제주라는 섬이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비닐하우스가 늘어나는 것은 노지 재배 귤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지 귤의 소득 증가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리던 노지감귤은 기후변화와 농가 고령화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여름철 낙과, 열과, 햇빛데임 피해가 있었고 계속 오른 인건비도 농가 부담이 됐을 것이다. 차를 타고 노지감귤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필자의 감귤원은 아니지만 답답해하는 농가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뜨거운 여름날 농약을 살포하는 분을 보면 가뜩이나 안타깝다. 온몸에서 땀을 줄줄 흘리는데, 혹여 몸 안으로 농약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어떤 농가는 너무 덥다며 방제복을 벗고 작업하기도 한다. 30년 전 봐 왔던 그 상황이 농약과 방제기만 다를 뿐 지금도 그대로다.

비닐하우스는 무인 방제를 할 수 있지만 노지는 무인 방제가 쉽지 않다. 스프링클러나 고속스프레이어가 개발됐지만 나무 모양이 개심자연형이 대부분인 노지감귤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농약이 나무 속까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갈이 많고 비정형인 과수원도 무인 방제를 힘들게 한다. 

사과산업이 1990년대 전반기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쇠락의 길을 걷다 다시 성장한 것은 유럽의 사과 밀식재배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92년 5만 3천ha였던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2만 7천여ha로 최저점을 찍더니 현재 3만 4천ha까지 다시 늘었다.

사과밀식재배는 키가 작은 왜화성대목을 이용하고 세장방추형 등으로 나무 모양, 수형을 바꿔 가능했다. 수형을 바꾸니 고속스프레이어 방제가 쉬워지고 트랙터로 다니며 잡초 제거도 할 수 있게 됐다.

기계화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 사과 과수원은 세장방추형에서 품질이 좋은 다축형, 더 나아가 스마트팜으로 향하고 있다.

노지감귤도 늦었지만 사과에서 배워야 한다. 수형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수형이 바뀌면 무인방제 등 관리가 편해질 것이다. 면적이 늘어나면 노지 감귤 재배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올해 갓난아이의 첫걸음 걷는 심정으로 새로운 수형의 감귤원이 조성되었다. 갈 길은 멀지만 30년, 50년 후, 지금과는 다른 노지 감귤 과수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문영일<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