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척에 살고 있는 양귀비 사촌들

양귀비과 식물은 줄기를 자르면 젖과 같은 액체가 나온다. 피나물도 피와 비슷한 붉은 유액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피나물이라 한다.
피나물은 4월경에 줄기 끝에서 꽃대가 올라와 노란색의 꽃을 피워 삭막한 숲을 환하게 한다. 꽃이 활짝 핀 것보다 꽃잎이 반쯤 벌어진 모습이 더 예쁘다.
피나물과 비슷한 식물로 매미꽃이 있는데 얼핏 보면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피나물은 봄에만 꽃을 피우는데 반해 매미꽃은 봄에 피기 시작하여 늦여름까지 꽃을 계속 피워낸다.
피나물은 잎의 위쪽에 꽃대가 생겨 꽃을 피우지만 매미꽃은 꽃대와 잎이 따로 올라오기 때문에 꽃이 핀 줄기에 잎이 달리는지 안 달리는지를 보면 피나물과 매미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대에 잎이 있으면 피나물, 꽃대에 잎이 없으면 매미꽃이다. 피나물은 매미꽃과 비슷하기 때문에 ‘노랑매미꽃’이라고도 한다.
이름 끝에 ‘나물’이란 글자가 붙은 식물들은 대체로 먹을 수 있는데 취나물, 돌나물 등이 먹을 수 있는 종류이다. 그러나 피나물, 동의나물, 삿갓나물 등은 독성이 있으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나물이라고 해서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애기똥풀도 줄기를 잘라보면 노란 유액이 나오는데 아기의 똥 색깔과 비슷한 데서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줄기는 가늘지만 억세다고 해서 ‘까치다리’라고도 하며, 젖과 같이 유액이 나오기 때문에 ‘젖풀’이라고도 한다.
안도현 시인이 <애기똥풀>이란 시에서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했듯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우리 지척에 살고 있고 어여쁜 풀꽃이다.
■신동하 종자원 충남지원장=우리 꽃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10회에 걸쳐 한국 야생화를 소개합니다.
저작권자 © 원예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