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대비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자연재해 대비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 권성환
  • 승인 2023.05.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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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현상 일상으로 변해
정부 대응 방식 미봉책 수준
“이상기후 대응 매뉴얼 새롭게 정립해야”
천안배원예농협의 신창복 조합원이 냉해 입은 배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의 신창복 조합원이 냉해 입은 배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해마다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농가들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재해에 대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같으면 기상이변이라 할 만한 기상 현상이 최근에는 일상으로 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한 확고한 정부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3월 초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배, 복숭아, 사과 등 과수 꽃 피는 시기가 10일 가량 빨라졌지만, 3월 말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과수농가들의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각 지자체에서 접수된 피해 규모를 보면, 총 피해면적은 9,628ha이며, 이 중 95%(9,155.5ha)가 과수류 피해로 나타났다. 지역별 피해 규모는 경북3,515.9ha, 전남 1,767.6ha, 전북1,504.4ha, 경기880.0ha, 충북748.6ha, 경남505.0ha, 기타705.6ha 등이다. 이에 정부는 피해 규모 확대에 대해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 피해 입력기한을 연장, 재해복구비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대책 마련을 한 것은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일상으로 변해가는 재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양주 배 연합회 한 회원은 “올봄 초 기온이 올라가면서 개화 시기가 빨라진 정황에서 한파 급습으로 농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은 ‘한파 피해 과수 농가는 조기에 인공 수분을 실시해 결실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밭작물은 요소비료 사료와 방제로 생육일 회복시켜야한다’고 당부하는 정도로 손 놓을 일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안성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자연재해가 매년 발생하는 지역에서 대체 작목 물색이 시급하지만, 보조사업 개념으로 시험 재배해보는 것 외에 후속 조치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며 “재해를 예방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 농가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것 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배원예농협 류계열 조합원은 “냉해 예방 효과가 큰 기계 및 신품종 연구·개발이 농업인들에게도 와 닿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원예농협 관계자는 “과수농가에 올해와 같이 냉해 피해를 입은 것은 결국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냉온탕을 오가는 현상처럼, 일상화 되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지만 까다로운 보상체계, 과도한 할증률 등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과수농가에서 미세살수장치나 통풍을 원활하게 하는 장치 등을 활용하지만 물리적으로 냉해피해를 줄일 수 없었다”며 “이번 냉해피해는 일찍부터 기온이 상승했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농가의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재해보험의 봄동상해 가입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배 농사를 짓고있는 한 농민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농작물재해보험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를 대비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가입자의 잘못과 상관없는 천재지변을 이유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금을 할증하는 것은 당초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를 만든 취지에 어긋난 것”이라며 “그야말로 천재지변이 원인으로 계약자의 과실이 없는 만큼 농작물재해보험 할증제도를 폐지하고 정부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냉해가 특약으로 빠져있는데, 안 그래도 보험료가 오른 실정이라 올해 냉해 특약까지 가입한 농가는 작년보다 훨씬 줄어 1~20% 밖에 되지 않아서 많은 농가가 보상을 받을 수도 없으니 심각하다”라며 “냉해 보험료를 낮추거나 실효성 있게 냉해를 특약이 아닌, 재해보험의 기본 품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고, 늘어가는 재해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상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