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 필환경·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
수경재배, 필환경·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4.26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 넘어선 환경 생각하는 ‘필환경 시대’ 도래 … 수경재배 개발 추진 지속
배액 재사용으로 환경 살리는 순환식 수경재배

수경재배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단순히 물에 비료를 녹여 식물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농업현장에서는 흙 대신 인공배지를 사용하고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물에 녹인 양액을 공급하여 작물을 재배한다. 전자는 주로 엽채류 재배에 이용되는 순수 수경이고, 후자는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의 과채류에 이용되는 고형배지 재배이다.

195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수경재배는 1990년대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대형 온실과 하우스에 보급된 이후 토마토, 파프리카, 장미 등 수출작물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2020년에는 그 면적이 4,369ha 정도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수경재배 도입은 같은 작물을 동일한 토양에서 연속 재배할 때 발생하는 연작장해를 줄이고 고품질의 안정적인 작물 생산으로 수출 시장 확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경재배의 대부분은 양액을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는 비순환식으로, 작물이 흡수하지 못하고 배출되는 양액은 주변 토양이나 하천 등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으며 비료 구입에 의한 생산비 증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되었다. 필환경이란 ‘반드시 필’과 ‘환경’이 합쳐져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수경재배에서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배액을 재사용하는 순환식 수경재배의 도입이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순환식 수경재배는 비료 구입비 절약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버려지는 양액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여 환경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미 네덜란드는 1994년 순환식 수경재배 도입을 법제화하였고, 2004년부터 정부규제를 시행하여 순환식 수경재배가 90% 이상 보급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작목 중심으로 2000년 이후 순환식 수경재배를 위한 양액 개발, 배액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이 추진되었으나 비순환식에 비해 시설투자비 상승과 배액 여과·살균 장치 등의 문제로 현장적용이나 농가보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경험과 육체노동에 의존하였던 관행농업은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의사 결정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농사의 편리성, 생산성, 품질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농업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수경재배는 최근 홈팜, 메트로팜 등에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농업인 디지털 농업, 식물공장 등에도 작물 재배를 위해 기본으로 적용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의 수경재배는 가장 정밀하고 효과적인 양수분 관리 기술로 작물의 상태, 뿌리 부분 환경 등을 고려하여 양액 공급을 원격 자동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작물의 최적 생장 관리가 가능하고 버리는 배액도 없어 노동력과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수경재배의 필환경,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해결해 할 몇 가지가 있다. 빅데이터, IC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배 기술 개발과 농업 빅데이터화 연구에 집중해야 하고 정책기관은 국내 농가 여건을 고려하여 농가 시설비 지원, 배액 재활용 의무화, 전문인력 육성 등에 힘써야 하며 아울러 산업체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밸브, 센서, 여과살균 시스템 등 국산화와 ICT 기반 센서의 정확성, 신뢰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새롭게 전환된 순환식 수경재배가 농가에 보급, 확대되면 지금까지 생산을 위한 재배자 위주의 고된 농업에서 부족한 물과 비료의 사용을 줄이면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환경오염 걱정 없는 지속가능한 농업, 더불어 생산과 품질향상에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의사 결정하는 편리하고 정밀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희<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