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이 열어가는 원예산업의 미래 - 스마트농업 확산 위한 연구개발 및 핵심기술 실용화 어디까지 왔나
스마트팜이 열어가는 원예산업의 미래 - 스마트농업 확산 위한 연구개발 및 핵심기술 실용화 어디까지 왔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1.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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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식량안보·고령화 ‘삼중고’ … 스마트팜 선택 아닌 필수
스마트농업 통합플랫폼 구축 … 기술 표준화 합의
스마트온실 구성도(출처 = 스마트팜코리아)
스마트온실 구성도(출처 = 스마트팜코리아)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땀과 경험으로 대변되던 전통농업이 데이터와 첨단기술을 만나 스마트농업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기, 농촌 고령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농업은 이제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스마트농업의 확산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기술은 있는데 쓸 수가 없어요.” 경기도의 한 시설원예 농가 김모씨(56)의 말이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기술 통합의 문제다. A사의 환경제어시스템, B사의 생육관리 프로그램, C사의 병해충 진단 시스템은 각각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서로 호환되지 않아 농가는 여러 개의 시스템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까지 스마트농업 통합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데이터 표준화, API 개방,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민간기업들도 기술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농업기술 기업들은 ‘스마트팜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고 기술 표준화에 합의했다.

현장 적용성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65%가 '기술 활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사님들이 만든 거라 너무 어려워요”라는 농업인들의 하소연이 잦다. 이에 연구진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전국 4개 지역에 설치된 스마트팜 실증단지는 기술과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부족도 시급한 문제다. 강원도 산간지역의 한 스마트팜은 불안정한 통신망 때문에 자동제어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의 5G 커버리지는 도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6년까지 전국 농촌지역에 기가급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예산과 시간이 관건이다.

인재 양성은 더욱 시급하다. 스마트농업은 첨단 ICT 기술과 농업 전문성이 결합된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바헤닝언 대학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의 농업 교육 시스템이 좋은 본보기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경북대 등 주요 대학들이 스마트농업 특성화 과정을 신설하고 있다. 농업마이스터대학은 현직 농업인을 위한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제조업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는 스마트농업 분야에서도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5-7년으로 추정되지만,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농업의 미래는 이제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과 현장의 조화, 제도와 인프라의 뒷받침, 그리고 인재 양성이 함께 이뤄질 때 진정한 스마트농업 혁신이 가능하다. 우리 농업이 직면한 도전은 크지만, 그만큼 기회도 크다. 스마트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