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풍속 알아보기
2006-01-24 원예산업신문
세시풍속은 농업의 생산성 그 자체에만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 주체자에게 휴식과 변화를 주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곧 세시풍속은 생산 주체자의 생활에 리듬을 주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박차를 가하는 생활의 액센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세시풍속이 행해지는 날은 일상의 날과 구분되는 각별한 날이다. 세시풍속일에는 이때까지의 긴장을 풀고 이완을 하는데, 이완은 다음을 위한 충전이다. 농부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는 중간 중간에 세시풍속일을 만나 휴식과 놀이를 행함으로써 단조롭고 고된 생활에 변화를 꾀하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생산활동에 활력을 얻는 계기로 삼았다. 세시풍속이 행해지는 세시명절로는 설·한식·단오·추석 등 사대 명절을 비롯하여 정월 대보름·3월 삼짇날·5월 단오·6월 유두·7월 칠석·9월 중양절·11월 동지 등이 있으며, 명절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특정한 날에 의례적 행사를 하였다. 이런 날이 되면, 벽사진경(酸邪進慶)의 주술적인 행사와 더불어 각종 집단적인 놀이를 행하였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이 집단적 민속놀이이다. 설날을 세수(歲首)·연수(年首)·원단(元旦)이라 하는데, 한해의 첫날이라는 뜻이다. 이날은 근신하여 경거망동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새해의 첫날부터 잘못되면 일년 내내 불길하기 때문에 조신(操身)한 자세로 새해를 맞이해야 됨은 당연한 일이다.설날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설빔을 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일이다. 차례의 대상은 사대조까지이며 부계혈족끼리 모여 종가에서부터 차례로 지낸다. 제물은 기제사와 다를 바 없으나 뫼는 떡국을 쓴다. 그리고 헌작(獻酌)은 단헌(單獻)이며 축문(祝文)이 없다. 차례가 끝나면 제사에 참례한 사람의 항렬(行列) 순으로 새해 인사를 하는데, 이를 세배(歲拜)라 한다. 절을 하면서 서로 축복하는 덕담(德談)을 나눈다. 세배가 끝나면 세찬(歲饌)을 먹는다. 세찬에서 대표되는 음식은 떡국이지만 북부 지방에서는 만두국이다. 세찬과 더불어 제주(祭酒)로 사용한 청주나 탁주를 마시는데, 이를 세주(歲酒)라 한다. 다음 차례가 성묘(省墓)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음을 조상의 묘소에 가서 알리는 인사이다. 형편이 여의치 못하여 설 당일에 성묘를 하지 못했을 경우 초닷새까지 하면 된다. 성묘가 끝나면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린다. 사당이나 빈소가 있는 집인 경우에는 그 곳부터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한다. 설날 밤에 집안 식구들의 신발을 감추는 습속이 있다. 야광귀(夜光鬼)가 하늘에서 내려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가는데, 이때 신발을 잃은 사람은 일년 내내 운수가 나쁘다고 한다. 한편 식구 중에 삼재(三災, 水災·火災·風災 또는 兵亂·疾病·饑饉 등을 말함)를 당할 운명이 있을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머리 셋이 달린 매를 그려 벽에 붙이거나, 삼재가 들 사람이 입는 옷 속에 나이만큼 동전을 넣어서 불에 태우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옛날에는 이밖에 여러 점법으로 자신의 신수나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설날에는 복조리를 집에 걸어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였는데, 복조리 장수가 다른 마을보다 먼저 오면 한 해 동안 마을이 무사하고 풍년도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고 설 풍속도 변했다. 요즘엔 설 연휴를 맞아 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영화를 보는 것이 새로운 풍속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