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로열티

2006-01-03     원예산업신문
박효근<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종자연구회장>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농업경영인에게 “로열티”란 참으로 생경한 단어였다. 그러나 이제 장미재배 농가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요, 딸기재배 농가는 바로 올해부터 딸기 농사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의 로열티를 내야 할 것이라는 시중에 떠도는 소문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많은 농업경영인들이 이 로열티 문제에 관하여 궁금해 하는 것을 요약한다면 다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왜 하필 우리 농업이 WTO, DDA 및 쌀 협상 등으로 농업 자체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이 시점에 설상가상으로 ‘로열티’ 문제가 터졌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로열티’를 꼭 내야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내야하는가’이다. 특히 딸기 재배 농가들에게는 이것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의구심은 종자로 농사를 짓는 ‘채소의 경우에도 앞으로 로열티를 내야하는 것인가’ 이다.1. 한국은 UPOV 50번째 회원국…국제적 약속에 ‘구속’우선 우리는 농업에 있어서 ‘로열티’란 무엇이며, 꼭 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로열티’란 농업경영인이 새로운 신품종을 재배하고자 할 때 원래의 묘목 값에 추가하여 지불하게 하는 일종의 특허권 (또는 지적재산권)의 사용료이다. 이 경우 특허권 (또는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주체는 새로운 품종을 육성한 육종가, 그가 소속한 종묘회사 또는 이들로부터 전용실시권이나 통상실시권을 위임받는 회사이다. 우선 위에서 제기된 ‘로열티’와 관련된 세 가지의 의문점에 답을 한다면 첫째 ‘로열티’ 문제가 터진 시점의 문제이다. 이는 우리 농산물 시장 개방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외국의 압력의 일환이다. 즉 WTO(세계무역기구)가 모나코에서 1994년에 체결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약자로 TRIP 협정,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에서 식물 육종가들의 새 품종 육성을 장려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신품종을 지적재산권 차원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2002년에 식물신품종보호국제동맹(약자, UPOV;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에 제50번째의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됨으로써 새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국제적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UPOV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로열티를 포함한 국제적 규약을 지킬 것을 국내법으로 보장해야 했고, 이를 지키기 위하여 1995년 말에 종자산업법을 제정, 이 법이 1997년 12월 30일부터 발효하여 현재 시행 중이다. 그러므로 신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불은 국제적 약속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강제규정이다.2. 얼마를 내야 하나…근거없는 소문 무성그리고 로열티와 관련해서 두 번째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이다. 로열티 액수는 법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행사자 (육종가, 회사 또는 위임 받은자)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농업경영인간의 민사적 계약에 의한 것이다. 현재 장미의 경우에는 주당 약 1불 (품종에 따라 다름) 정도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딸기는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7~800억원 수준이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연간 약5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세 번째 의문점은 채소 종자에 대한 로열티 문제인데 이는 벌써 종자 값에 로열티가 포함되어 있어서 앞으로 추가로 로열티를 별도로 내야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3. 채소종자는 판매가에 포함…별도 지불없어‘로열티’와 관련해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로열티’는 꼭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제 규정이므로 꼭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법적인 차원을 떠나서 우리나라 농업의 먼 장래를 위해서도 신품종에 대한 ‘로열티’는 꼭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지난 40년간 식물육종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이 이 거센 개방화 물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존 품종보다 더 우수한 품종들이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새 품종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인력 및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육종산업의 확대재생산을 위해서는 투입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며 이 장치 중에 하나가 ‘로열티’임을 강조한다. 하나의 새로운 품종이 육성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가를 ‘후지’라는 사과 품종을 예로 들어 설명하다면, ‘후지’품종이 현재 우리나라 사과과수원의 70%에 재배되고 있는데, 이 품종 육성에 무려 29년이 걸렸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예로 참외 재배 역사상 획기적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금싸라기’란 품종의 육성에는 무려 17년이 걸렸다. 식물육종가로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해 왔던 것은 신품종의 덕을 가장 직접적으로 많이 보고 있는 농업경영인들이 신품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