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할당관세 물가 안정 효과 ‘미미’

소비자 체감 0.2%대 그쳐 … 일부 품목 가격 상승 역효과도 “유통단계 2~3단계 단순화해야”

2025-07-09     권성환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1조4,300억 원 규모의 할당관세를 집행했지만, 실질적인 소비자물가 인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할당관세 운용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할당관세가 적용된 품목은 총 125개에 달했으며 이 중 72개가 농산물이었다. 

특히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은 사과·배 등의 국내 과일값 급등에 따른 대체재로 선정돼 긴급할당관세가 적용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입가격을 낮추고,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수치로 확인된 결과는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수입가격이 1% 하락했을 때, 도매가는 각각 0.78%, 1.12% 낮아졌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가격 하락률은 고작 0.25%, 0.32%에 그쳤다. 

할당관세의 물가 억제 효과가 유통 과정에서 대부분 상쇄된 셈이다. 일부 농축산물의 경우엔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역효과도 관측됐다.

물가 억제를 위한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은 ‘복잡한 유통단계’였다. 수입 농산물은 수입업체, 보관창고, 도매시장 또는 물류센터, 소매상 등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이 과정에서 중간 이윤이 누적돼 관세 인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유통단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지 않으면 할당관세만으로는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제도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개선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할당관세의 세율 결정이나 수량 산출 근거가 사전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사후 성과 분석 역시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가 안정에 기여한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체계 없이, 일부 품목에 관해 반복적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사후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효과가 낮은 품목은 차년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농식품 수급 및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농축산물 수입관세의 농업 분야 영향 분석’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와 유통 투명성 제고 등 실질적인 유통 구조 개편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