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바뀌었지만, 장관은 남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여당도 바뀌었다. 정권 교체와 함께 국정 철학이 달라졌다면, 내각도 새 얼굴로 채워지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정권 교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킨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된 전례가 있지만, 이 경우 여당은 동일했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여당 모두가 바뀐 상황에서 장관이 유임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성과와 실력을 중심으로 판단한 실용 인사”라고 설명했다. 국정 철학에 동의하고, 새로운 방향에 보조를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농정 분야의 연속성과 현장 행정의 안정성을 중시한 결정으로 읽힌다.
그러나 유임은 단순히 자리를 유지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 다른 정부의 국정을 집행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은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송 장관은 앞선 정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핵심 사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바 있다. 이제는 그와는 결이 다른 정책을 수행해야 할 상황이다.
농민단체의 반응도 엇갈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유임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일부 현장에선 “예상 밖”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농정의 연속성과 실무 중심의 접근을 환영하는 시각도 있다.
유임은 예외다. 그리고 예외는 늘 물음을 동반한다. 이번 결정이 정치와 행정의 틈을 메우는 실용 인사의 상징으로 남을지, 아니면 조용한 불협화음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과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