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산물 유통구조 이끌어가는 품목농협 -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산지유통센터
풀필먼트 실증센터 연계, 미래형 AI 자동화 유통의 첨병
전남서남부채소농협(조합장 배정섭)은 무안군을 중심으로 한 전남 서남권 주요 채소류 산지의 생산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산지유통센터(APC) 사업을 시작으로 무안지역 특산물인 양파와 마늘의 대량 출하 시기에 발생하던 가격 폭락과 불안정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계적인 인프라 확충과 시스템 고도화에 힘써왔다.
# 집하·저장·선별·출하까지 원스톱 물류 거점
초기에는 물량 수집과 단순 저장 기능에 머물렀지만, 현재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산지유통센터는 계약재배 확대, 전산화된 물류관리, 품질 표준화 시스템 등으로 진화해 농가 소득 안정과 농업인의 계획생산 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해제면 일대에 위치한 이 센터는 대지 2만900여㎡, 연건평 4,000㎡ 규모로 저온저장고, 선별장, 건조장, 부산물퇴비장, 집하장 등 산지 물류에 필수적인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 모든 설비가 해마다 개보수와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대화되고 있다.
양파와 마늘은 무안군을 대표하는 전략 품목이지만 기후 영향과 작황 편차로 인해 해마다 가격 변동성이 컸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합원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사전 계획생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수확물은 계약 물량에 따라 전량 수매·선별하여 일정한 품질 기준을 유지한다. 수집된 농산물은 저장성과 상품성이 유지되도록 예비 건조 과정을 거친 뒤, 저온저장고에 보관되며 출하 시기는 수급 상황과 시장 가격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된다. 이를 통해 농가는 수확철 대량 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적인 수취가격을 보장받는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이 강조하는 품질관리의 핵심은 이력 추적과 전산화다. 농가에서 출하된 물량은 재배 농가, 재배 과정, 저장 현황, 출고처까지 모든 과정이 시스템에 기록된다. 이는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약에도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고도화된 등급별 선별 라인과 수작업을 병행하는 이중 검수 체계는 상품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부산물은 전량 친환경 퇴비로 재활용되어 다시 농가에 공급된다. 이렇게 형성된 자원순환 구조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토양 비옥도를 높여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 판매 다각화와 안정적 판로 확보
기존에는 수작업 의존도가 높아 선별·포장 과정에서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최근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단계적인 기계화와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망 단위 저장 방식을 벌크·백 단위로 전환해 자동화 라인과 호환성을 높였고, 신규 포장 설비와 색채선별기를 교체하면서 상품화 수준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농가에서는 작업 부담이 줄고, 농협은 대형 거래처에 균일한 품질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유통망도 한층 다변화되고 있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정가수의 매매, 대형유통업체 직납, 공영도매시장 출하 등 복수의 판매 경로를 운영해 단일 채널 의존도를 낮췄다. 대영유통 등 대기업과의 안정적 납품 계약을 유지하며 연중 계획 출하를 실현하고, 최근에는 공공급식, 로컬푸드 직매장, 온라인몰 등 새로운 소비 채널과도 연계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이는 단기 판매처를 넘어선 지역 농업의 시장 교섭력을 키우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농가 소득 증대와 조합의 경영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 풀필먼트 실증센터로 스마트 유통 시대 선도
한편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물류 기반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스마트 APC와 풀필먼트 실증센터 구축 등 미래형 유통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 APC 사업으로 확보한 약 55억 원의 지원금으로 저장·큐어링 시설을 보강하고 최신 물류 설비를 갖췄으며, 별도로 추진 중인 풀필먼트 실증센터는 40억 원 규모로 평산리에 신규 조성된다. 이 시설은 AI 기반 로봇과 자동화 장비를 활용해 입고부터 선별, 포장, 출고 전 과정을 무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미 올해 상반기 일부 장비가 시범 설치되어 가동 준비 중이며, 연내 설비 완비 후 8~9월 본격 가동이 목표다.
풀필먼트 실증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기존 산지유통센터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연중 무휴, 품목 제한 없는 선별·포장이 가능해진다. 이는 농촌 고령화와 농업 분야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에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출하 적체 해소, 비용 절감, 품질 균일화 등 다방면에서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또한 대량 주문, 소량 다품종 포장, 즉시 배송까지 아우르는 풀필먼트 시스템의 특성상 소비자 맞춤형 물류 대응도 가능해져 농산물 신선도 유지와 판매 경쟁력 모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스마트 APC와 풀필먼트 실증센터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농가별 재배 데이터와 수급 정보를 통합 관리해 더욱 정교한 생산계획과 물류 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과잉 생산을 줄이고, 시장 상황에 맞춘 탄력적 물량 조절로 가격 안정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 배정섭 조합장
“APC 농가 수취가격 지키고 스마트화 농업경쟁력 지키는 길입니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APC는 단순한 물류 창구가 아니라 농산물의 생산부터 유통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해 농가의 소득을 지켜내는 중요한 장치”라고 산지유통센터(APC)의 역할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전남서남부채소농협 APC는 1994년 사업 시작 이후 꾸준한 시설 확충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무안 지역 양파·마늘 주산지의 불안정한 가격 구조를 개선해왔다. 수확 철마다 반복되던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과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계획생산 체계를 도입하고, 집하·저장·선별·포장 과정을 표준화하여 시장 교섭력을 높였다. “초기에는 그냥 농산물을 모아두는 집하장이었지만, 지금은 전산화로 이력 관리부터 재고와 출하처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대형 유통업체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강조했다.
배 조합장은 특히 최근 추진 중인 스마트 APC와 풀필먼트 실증센터가 지역 농업의 체질을 바꿀 큰 축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양파, 마늘은 전통적으로 수작업이 많아 인력 부족과 생산비 부담이 늘 문제였다. 인구 고령화로 사람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며 “스마트 APC 사업으로 저장부터 큐어링까지 자동화 설비를 단계적으로 교체했고, 풀필먼트 센터에서는 AI 로봇까지 도입해 포장, 선별의 무인화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장이 풀필먼트 센터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존 APC만으로는 대량 집하와 저장에는 강점이 있지만, 소량 다품종 포장이나 주문별 맞춤 물류에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풀필먼트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가공·포장·배송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며 “기존 센터와 풀필먼트가 연계되면 연중 무휴로 농산물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비수기에도 판매 공백이 없고, 농가 소득도 연중 안정된다”고 밝혔다.
시설 확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농가와의 신뢰라고 배 조합장은 강조한다. 그는 “센터가 아무리 좋아도 농가가 계획대로 생산하고 품질을 맞춰주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그래서 품질 기준과 안전 농약 사용법, 적기 수확 방법을 농가와 함께 논의하며 매년 교육과 상담회를 한다. 농업인 스스로 계획생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동참하도록 현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산지유통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그는 명확한 원칙을 밝혔다. “APC는 결국 농가 수취가격을 생산비 이상으로 유지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여 제값을 받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화로 노동력을 덜어주고, 데이터 기반으로 수급을 조절하면 시장도 농가도 만족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배정섭 조합장은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앞으로도 품목농협다운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 농가의 고생을 덜고, 농업의 경쟁력을 지켜내는 길은 현장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