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 / 박제봉 전국품목농협조합장협의회장(농협중앙회 이사·안양원예농협 조합장)

유통 넘어 협동의 플랫폼으로 … 품목농협 위상 재정립 나서야 조합원 실익 중심 운영·전문 지도사업 강화 품목농협 연대 통해 구조 개선·경영 안전 도모

2025-06-18     권성환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전국품목농협조합장협의회장으로 지난 3월 취임한 박제봉 회장을 만나 품목농협의 제도개선 과제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전략, 협의회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1. 회장님께서 전국조합장들의 뜻을 모아 협의회장직을 맡으신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장을 살펴보며 느끼신 품목농협 협의회의 역할이나 책임감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국 품목농협 조합장들의 의견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로 정책을 제안하고,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안정적인 유통 기반 마련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협의회의 본질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각 조합이 처한 현실은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과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모아 정부와 중앙회에 전달하고,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협의회의 책임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분명합니다. 
‘조합원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는 원칙 아래, 실익 중심의 협동조합이 제 기능을 하도록 제도적·조직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협의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 창구가 아니라, 정책 실행 전략의 동반자이자,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지키는 컨트롤타워로 거듭나야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전국 품목농협 조합장님들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 품목농협이 지역농협과 구분되는 고유한 정체성과 존재 이유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품목농협은 해당지역의 거주 농업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농협과 달리, 품목을 중심으로 조직된 생산자중심 협동조합입니다. 전문품목을 중심으로 하여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추어 품목농협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공판장, 유통센터, 가공공장 등 품목 특성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판로를 확장하고, 소득 기반을 안정화하는 것이 품목농협의 핵심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가치사슬을 조합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판매조직을 넘어 농업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협의회장으로서 품목농협 간의 연대와 상생, 그리고 전국 단위 조직으로서 협의회의 구심력을 높이기 위한 운영 철학과 전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품목농협 간에는 공통의 고민이 많습니다. 조합의 규모나 품목은 다르지만, 유통 구조의 한계, 조합원 고령화, 정책 미비 등 본질적인 문제는 매우 유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조합 간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고,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협의회가 단순한 회의체가 아니라 ‘정보의 허브’이자 ‘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갖춘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가겠습니다. 각 조합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일수록 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공동의 해결책을 도출하고, 필요하다면 중앙회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품목농협 내부의 우수 사례나 성공 모델을 발굴해 서로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도 연대의 중요한 축이 될 것입니다. 품목농협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고 있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협의회가 전국 품목농협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4. 품목농협의 조직 기반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특히, 조합원 자격 기준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현행 품목농협의 조합원 가입 기준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노지 재배 5,000㎡(약 1,515평), 시설 재배 2,000㎡(약 606평), 시설 화훼 1,000㎡(약 303평), 노지 화훼 3,000㎡(약 909평) 이상을 경작해야 자격이 주어집니다. 
도시 확장, 고령화, 재배면적 축소 등 시대적 변화 속에서 과거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조합원 가입이나 자격 유지가 어려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근교 조합일수록 지역개발로 인해 농지가 편입되거나 줄어드는 사례가 많아 조합원 기반이 위축되는 현실입니다.또한 지금처럼 까다로운 가입 기준은 청년농이나 중소농이 조합에 진입하는 데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품목농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러한 제도적 장벽부터 유연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합원 가입 기준을 현장에 맞게 재설계하고, 농협중앙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정관례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의 정책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도적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조합원이 늘어야 조합이 살고, 조합이 바로 서야 품목농협의 기능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5. 전문성을 바탕으로 품목농협의 지도사업이 보다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또는 현장 중심의 보완 방향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품목농협의 지도사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보급이나 교육을 넘어, 조합원의 생산성과 소득 향상으로 직결되는 실질적인 지원과 체계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조합원의 니즈에 맞는 1:1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개별 농가의 생산환경, 경영 상황에 따른 솔루션이 제공되어야 하며,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품질과 규격 등의 생산지도를 통한 연계형 지도사업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6. 기후위기, 수입농산물 증가, 청년농 감소 등 농업 환경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품목농협의 역할과 대응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불안정, 병해충 피해,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품목의 재배지 이동이 불가피해지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작황 변동을 넘어 품종 전략과 유통 시스템 전반의 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는 품목농협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일선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탄소중립형 농업을 실현할 수 있는 저탄소 생산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기후 적응형 품종을 조기에 도입해 조합원들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품목농협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할입니다.
또한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 속에서 품질·기능성·신뢰도를 갖춘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이 중요합니다. 고품질·특산화 품종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단순 가격경쟁이 아닌 프리미엄 소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유통 및 가공 단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적 품목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농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청년농 유입입니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 자격 기준이나 제도적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 젊은 농업인이 쉽게 품목농협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년 후계농이 정착하고, 기술과 시장을 함께 배워나갈 수 있도록 조합 가입제도부터 과감히 개편해야 합니다. 품목농협이 청년농 중심의 실천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유연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고령화 문제, 수입 농산물 증가라는 복합 위기 앞에서 품목농협은 더 이상 선택적인 조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끝으로, 품목농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상과, 그 여정에 함께해온 원예산업신문의 의미에 대한 회장님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수급불균형, 가격 폭락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농가 피해가 크기 때문에 농협차원의 유통, 가공 권한의 강화가 필요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가공시설, 저온저장시설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여 온라인직거래 유통망 확대등의 공공플랫폼을 연계할 수 있는 디지털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농산물 판매 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생산자조직, 농업경제의 중심축으로 진화시킬 청년농 중심의 스마트 농업조직의 거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가, 소비자, 지역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로서 품목농협이 발전해 나아가는데 품목별전문 언론사인 원예산업신문이 함께 이어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