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30년을 넘어 새 시대로, 도약 준비하는 원예특작산업 한국 원예산업 발전의 근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글로벌 경쟁력 확보 결정적 역할 미래 품종 육성, 안정 생산과 스마트 생산 기술 개발, 국민 체감 기술 개발 등 목표 미래 원예특작산업 첨단기술 융복합 통해 저비용·친환경 생산 구조로 전환 도모
■원예산업 30년을 빛낸 현장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산업신문이 태동한 1990년대 중반, 한국 원예특작산업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섰다. 농촌 고령화와 도시화, 소비자의 생활 수준 향상은 고부가가치 원예작물에 대한 수요를 급증시켰고, 이에 발맞춰 품종과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지난 30년간 연구기관과 학계, 언론계, 산업계의 노력은 한국 원예산업의 근간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자리했슴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일 것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 발자취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원예특작산업 발전 여정, 그리고 향후 미래 비전을 조망해 본다.
# 품종 육성 역사와 성과
1990년대 채소 분야에서는 고효율 첨단 육종 기술과 특수 형질을 보유한 계통 개발, 분양 연구가 수행됐다. 2000년대는 주로 고품질 기능성 채소 수요 증대와 농산물 개방 확대에 대응하는 육종 연구가 이뤄졌다. 특히 딸기 로열티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딸기연구사업단’은 국가 주도로 품종을 개발하고 농민과 협력해 재배법을 고도화했다. 그 결과,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2005년 9.2%에서 2011년 71.7%, 현재는 96.3%까지 크게 성장했다.
과수는 1990년대 수출시장 진출은 물론 소비자 기호와 생산 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고품질 품종 개발에 주력, 사과 ‘감홍’ 등 6품종과 배 ‘화산’ 등 12품종, 복숭아 ‘천홍’ 등 4품종을 개발했다. 2000년대는 한·칠레 FTA 등 농산물 수입 개방화가 본격화한 시기였다. 병충해 저항성 유전자 도입을 위한 여교잡 육종,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품종 개발, 노동력 절감 품종이나 기능성 품종 육성을 위한 유전자 탐색과 분자 육종 연구가 주를 이뤘다. 2010년대 이후는 식이 편이성, 이색 과일 소비선호 등 소비 패턴의 변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신품종 개발이 이뤄졌다. 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과형 품종인 ‘루비에스’, 여름철 사과 ‘썸머프린스’, 황색 사과 ‘골든볼’ 등이 개발됐고 배는 인공수분이 필요 없는 ‘스위트코스트’, 검은별무늬병 저항성을 지닌 ‘그린시스’,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등이 개발돼 제수용 과일 이미지를 벗고 일상 소비용 과일로 거듭났다. 복숭아는 껍질 깎기, 복숭아 털 알레르기, 먹고 난 뒤 쓰레기가 없는 3무(無) 품종 ‘옐로드림’ 등이, 포도는 껍질째 먹는 머스켓 향 포도 ‘홍주씨들리스’와 포도알 모양이 독특하고 체리 향이 나는 ‘스텔라’, 솜사탕 향 ‘슈팅스타’ 등이 개발됐으며 단감으로는 일본 품종 ‘부유’를 대체할 고품질 완전단감 ‘감풍’과 연시로도 먹을 수 있는 ‘봉황’ 등이 개발됐다. 또한, 감귤에 있어서는 일본 품종 ‘궁천조생’을 대체하는 대한민국 1호 감귤 ‘하례조생’을 비롯해 만감류 ‘탐나는봉’, ‘윈터프린스’, ‘미래향’ 등이 개발됐다.
화훼는 2006년 ‘로열티대응사업단’이 출범하면서 장미, 국화, 난 등 작목중심 산학연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해외 로열티 해결을 위한 품종육성에 연구력을 집중했다. 국산 국화 품종 개발과 보급에 매진한 결과, ‘백마’는 일본 시장에서 선호하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했고 국산 품종 보급률은 2022년 34.0%까지 성장했다. 국내 육성 장미 품종 보급률도 2022년 31.2%까지 향상돼 연 24억 원 이상의 로열티 비용을 절감했고, 장미의 주요 병인 뿌리혹병과 흰가루병에 대한 검정체계를 구축해 병저항성 장미 ‘엔틱컬’ 등 총 130여 품종을 육성했다. 이 밖에도 프리지어 ‘골드리치’, 나리 ‘그린스타’ 등을 육성했다. 선인장은 2010년대 이후 신품종 보급률 100%를 달성함과 동시에 세계 교역량의 70%를 차지하게 됐다.
약용작물에서도 국제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품목의 수출 촉진, 명품화를 위해 품종 개량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2011년에는 최초의 인삼 품종인 ‘천량’을 육성했다. 또한, 국내외 인삼 유전자원 1,100여 점을 수집하고, 2년생에서 고온과 염류저항성 검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대략 30년 정도가 소요되는 인삼 품종 개발 기간을 10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른 후속으로 적변 저항성 품종 ‘천명’과 고온 저항성 품종 ‘진원’이 육성되며 신수요 창출을 이끌었다. 2013년 지황 신품종 ‘토강’을 품종 등록함으로써 고품질, 고기능성, 내병성을 두루 갖춘 지황 품종을 확보했다. 버섯산업은 2010년대 이후 외연이 확장됐다. 외국 품종을 대체할 국산 버섯 품종 육성에 매진한 결과, 세계 버섯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송이의 국산 품종 보급률이 72.3%(2020년 기준)를 넘어섰다.
# 생산 기술 혁신과 스마트화
우리나라 시설재배 면적은 2000년 52,200ha, 2021년 57,500ha로 크게 증가했고, 전체 채소 생산액 대비 시설채소 생산액의 비중은 2010년 46.9%에서 2020년 47.3%로 늘었다. 시설재배가 시작된 초기에는 배추, 상추, 오이 등 저온성 채소류가 주로 재배되었으나 재배기술이 정착됨에 따라 수박, 참외 등 고온성 과채류가 재배되면서 단경기를 극복했다. 이로써 채소 생산과 공급의 계절적 제한이 없는 주년생산(yearround production)이 달성되었다. 특히, 많은 재배작물이 시설 내로 유입되었는데 무엇보다 딸기는 2000년 시설재배 면적 비율 92.5%에서 2021년 99.2%까지 증가하면서 노지에서의 생산은 거의 사라졌다. 또한 초기 시설에서는 채소류 생산이 주로 이뤄졌으나 점차 과수와 화훼류의 재배도 크게 증가했다. 감귤과 포도 재배는 시설재배 또는 비가림재배 작형으로 빠르게 바뀌었고 장미, 국화, 백합, 각종 분화류 등의 화훼작물 재배도 시설재배 형태로 급속히 전환됐다. 과수 시설재배는 초기 투자와 고도의 관리기술이 필요하지만, 수익성과 친환경성, 기상재해 대응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였다. 화훼는 광 환경이 우수한 유리온실 등으로, 토양재배는 베드를 이용한 양액재배로 전환하면서 재배 환경 개선과 자동화 등 기술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대학들은 국가적인 시설표준화 사업을 통해 시설구조를 표준화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온실 골조는 아연도금 구조용 강관으로 대체되었고, 반자동 커튼장치 및 측면개폐장치, 관수시설 등 생력 장치가 부대 시설로 포함됐다. 덕분에 농가에서는 비용 투자 없이도 다양한 설계 시설을 선택해 시공할 수 있게 됐고 작물재배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시설 내에서 작물재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시설 구조, 피복기술, 난방기술, 시비량 조절과 관수, 관비재배 기술, 토양의 연작장해 경감기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탄산가스 시비기술, 육묘기술, 각종 환경조절을 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도 이즈음 개발됐다. 한편, 2000년대 급격한 유가 상승은 다겹보온커튼, 지열난방, 태양열 이용기술 등 다양한 에너지 절감기술의 개발·보급을 촉발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및 인공지능 기술 등 첨단 ICT 기술은 원예특작산업의 생산성, 효율성, 품질을 향상하고 전후방산업도 함께 키우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전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원예특작산업을 위해 작물 생육의 정밀 관리, 시설구조, 장비의 첨단화, 표준화, 디지털화와 함께 2세대 스마트팜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 소비 트렌드 변화와 수출 확대
농산물 수입 개방이 시작되면서 이에 대응한 농산물 저장과 유통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됐다. 특히 선진국에서의 산지 수확 후 실용화된 예냉 기술을 도입해 우리 농산물에 적합한 예냉 조건과 전처리 연구를 진행했다. 나아가 유통을 고려한 저장온도 설정 등 전반적인 선진국형 콜드체인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수출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했다.
농산물 포장재에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첨가해 보다 오랜 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포장재와 포장 규격을 확립했다.
한편 2003년 농림부 주요정책 사업이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건립 및 지원에 의한 농식품 품질 고도화에 집중되면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저장유통 연구도 APC 지원과 연계해 추진됐다. 2010년대에 이르러 그동안 개발된 신선 농산물 수확후관리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국민들은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해외로 수출되는 포도, 딸기, 배추, 감귤 등에서 부패나 물러짐에 의한 클레임 발생 비율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 연구도 시작됐다. 또한, 농업 수출 강국인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CA 컨테이너 실증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보화와 자동화 구현을 위해 소프트웨어(선도 유지기술)와 하드웨어(시설·장비)의 융복합 기술을 스마트팜과 연계한 스마트 유통/스마트 APC 구축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 농업
1990년대 초반에는 외국으로부터 총채벌레가 유입돼 이에 대한 방제체계 개발 연구가 이뤄졌다. 또한 고추 등 주요 채소류의 먼지응애 피해진단 기술과 약제방제 체계가 개발됐다.
2000년대에는 환경에 영향을 적게 주는 원예작물의 종합생산 체계를 실용화하는 연구와 함께 여러 첨단기술을 접목한 기술들의 개발과 실용화가 이뤄졌다. 과수 병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 중부지방 과수 병해의 종류와 발생소장을 조사하고 병해충 예찰 정보를 이용하여 방제에 활용했다. 또한 포도, 복숭아를 중심으로 개별 방제 기술을 종합 투입하는 종합관리기술 개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이를 과수종합생산체계(IFP)로 발전시켰다. 시설작물에 연중 발생하는 난방제 해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천적, 곤충 병원성 미생물, 천연물질을 활용한 새로운 방제기술 연구가 수행됐다. 농작물 바이러스병 피해가 가속화됨에 따라 바이러스에 걸린 식물에 대한 예방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바이러스 진단키트도 이때 보급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생물계절에 변화를 가져와 식물 병원균의 분화, 확산, 발병에 영향을 준다. 국립원 예특작과학원은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에 기반해 사과, 배 등 주요 작물 9종에 대한 재배지 변동을 보여주는 고해상도 미래 전자기후도와 과수 재배적지 변동지도를 제작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에 대응하여 무인화, 자동화 병해충 관리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일부 나방류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발생을 예찰해 상황에 따라 방제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병해충을 예찰하고 방제하는 기술은 인공지능기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ICT와 접목되면서 고도화되고 있다.
# 새 도약을 위한 길
최근 원예산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 증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소비 트렌드 변화, 시장개방 확대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의 원예산업이 생산성과 재배 안정성, 부가가치 향상 등에 집중했다면 미래는 지속 가능성, 효율성, 사회적 책임 등에 무게를 둬야 한다. 즉,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등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저비용·친환경 생산 구조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한편,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상기상 피해 예방과 경감 기술,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며, 세계 시장 진출에 필요한 품목 발굴과 저장, 유통 기술 개발 등도 매우 중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미래 품종 육성, 안정 생산과 스마트 생산 기술 개발, 국민 체감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원예특작산업이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의 견인차로서의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