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원예산업 미래 30년을 진단한다
기후위기 적응과 기술 융합, 원예산업의 지속가능성 결정 ‘다수확’에서 ‘기능성’으로 … 육종방향의 진화 국산 품종 육성 자립기반 다져 기후변화 대응 품종개발, 핵심 과제 디지털 전환 … AI·빅데이터 기반 품종 개발
▣ 원예산업 과거 30년을 이끌어온 주역 - 원로방담
■참석자
▲김 강 권 전 농촌진흥청장
▲김 기 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 병 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 종 기 (사)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
▲박 권 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박 효 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손 정 익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장
▲이 승 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 용 범 (사)국제원예연구원장
▲임 용 표 (사)친인간농업연구소장
▲조 정 래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가나다 順>
■ 사회 : 박두환 본지 발행인
■ 일시 : 2025년 5월 22일
■ 장소 :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국내 원예산업은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기후위기, 수급 불안, 고령화 등 농업 전반의 구조적 도전은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원예산업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국내 원예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원예학계 원로 11인을 초청해 원로방담회를 마련했다. 농업 현장과 학계, 정책과 산업을 넘나들며 한국 원예산업을 이끌어온 이들이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진단한 지난 30년의 변화와 오늘날의 위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망해 본다.
△사회 = 농업의 구조적 전환기에 태동한 원예산업신문이 어느덧 30년이 되어 그동안 원예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을 다하신 원예학회 원로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갖게 된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각 분야에서 많은 성과와 변화를 추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30년을 회고해 주시지요.
▲김강권 전 농촌진흥청장 = 1999년 농촌진흥청장 재직 시기 농산물 연간 총수출은 약 30억불로 전체 국가 총수출액의 1%에 불과했으나, 2024년 기준으로는 약 130억불로 증가해 총수출액의 약 2%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25년간 약 4배의 성장으로, 당시 국가 총수출목표가 100억불이던 시절을 감안하면 농산물이 이를 넘어섰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김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30년 전, 한국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 체결로 농업시장 개방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던 때였다. 이 시기 유리온실이 도입되고 시설원예가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첨단 농업기술 연구개발 사업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우장춘 박사 이후 전통 교배육종이 자리 잡으면서 종자 수출까지 이어지는 성과가 있었고, 농업기술개발센터 창설과 유전공학 육성법 제정으로 농업에 유전공학이 적용될 기반도 형성됐다. 이러한 변화는 원예산업의 과학기술적 토대를 견고히 한 중요한 시기였다.
▲김종기 (사)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 = 1990년대 중반 UR 협상과 WTO 출범 이후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농산물은 수입산과 가격 및 품질 면에서 경쟁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산지에서는 고품질, 안전성 확보를 중심으로 영농 방식이 변화했고, 소비지 대형유통업체의 수요에 맞춰 산지 조직화 및 규모화가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 하에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2000년대부터 구축되기 시작했으며, 전국적으로 600여 개소가 보급돼 현재 원예농산물의 약 30%가 APC를 통해 출하되고 있다.
▲박효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지난 30년간 원예작물, 인삼 및 특용작물의 생산액은 1995년 10조 7,298억 원에서 2023년 22조 4,640억 원으로 약 2.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채소는 6조 5,159억에서 13조 7,218억으로, 과실은 3조 254억에서 6조 3,075억으로, 인삼은 2,839억에서 7,992억으로, 특작은 3,940억에서 9,430억으로 증가했다. 특히 딸기 작목은 1995년 3,839억 원에서 2023년 1조 5,211억 원으로 약 39배 성장하며 원예산업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손정익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장 = 1990년대 중반은 국내 시설원예가 현대화되는 격변기였다. 생물과 공학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해지며 생물생산시설환경학회(현 생물환경조절학회)가 탄생했고, 대단지 온실 설계와 같은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한 연구도 처음 시도됐다. 농특세를 통한 벤로형 첨단온실 수입과 도입이 있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돼 일부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체계적 연구를 위해 시설재배과를 설립했고, 이는 함안으로 이전해 현재의 시설원예연구소로 기능하고 있다. 1997년 서울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시설원예학’ 교수로 부임한 이듬해부터 약 10년간은 시설원예의 암흑기로, 농자재 회사의 대다수가 문을 닫고, 대학에서도 전공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박권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지난 30년간 한국의 채소 수경재배 면적은 1994년 약 60ha에서 2024년 4,005ha로 약 67배 증가했다. 이와 같은 성장은 신선하고 무농약 채소의 공급에 크게 기여해 왔다. 서양채소 또한 2000년 1,500ha에서 현재 약 4,000ha로 확대됐으며, 브로콜리의 재배 면적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소비 패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승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1986년 서울대학교 원예학과에서 수확후관리 분야를 처음 맡아 교육과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기 사정이 매우 불안정하고 수확후관리 개념도 부족한 시기였으나, 관계 기관과 산업체에 수확후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농림부, 농협중앙회, 농산물냉장협회 등에서 자문 활동을 수행하며 인식 제고에 힘썼다. 당시에는 산지유통시설이 전무했으나, 현재는 전국에 600여 개의 첨단 산지유통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지난 30년간 이룬 눈부신 발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임용표 (사)친인간농업연구소 소장 = 지난 30년간 원예종자산업은 결구배추의 F1 생산체계 확립을 시작으로 고랭지 및 월동배추 개발, 딸기의 매향·설향 품종 국산화, 수박의 시설재배 확대, 고추 내병성 품종 육성, 방울토마토 자급화 등으로 발전해왔다. 과수 분야에서는 “유명”, “천홍” 복숭아, “홍로” 사과, “황금배”, 골든키위 등의 국산 신품종이 확산됐고, 화훼 분야에서도 장미, 국화, 난의 국산화와 접목선인장의 세계 시장 제패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 한국 원예육종은 다수확 중심에서 품질, 맛, 내병충성, 친환경성으로 육종 목표가 진화해 왔다.
△사회 = 말씀을 듣다 보니 짧은 시간 각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많은 시련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원예산업의 위치인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원예산업의 위치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강권 전 농촌진흥청장 = 현재 신선농산물이 전체 농산물 수출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과실류가 약 4억불(26%), 채소류가 약 3억불(20%), 인삼류가 약 2억6천만불(17%), 김치가 약 1억6천만불(10%)이다. 특히 신선 과일과 채소가 전체 신선농산물 수출의 약 50%를 구성하고 있어 중요성이 높다. 딸기, 배, 참외와 같이 품질이 뛰어난 품목에 대한 수출 확대가 시급하며, 딸기의 경우 저온유통과 특수 포장을 통해 수출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국내 농업인과 수출 산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현재 원예산업은 영농인 감소, 고령화, 지구온난화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영농기술의 첨단화, 자동화, 인공지능화, 공장화 등의 기술 진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김종기 (사)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 = 현재 국내 원예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확 후 선별, 포장, 저장 등의 품질관리 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자동화 및 정보화 체계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수확 후 품질관리기술의 연구·개발은 활발한 반면, 현장 보급을 위한 채널은 재배기술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APC 시설을 운영하는 산지농협에서 전문 인력의 지원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수확후관리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효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딸기 작목은 현재 국내 농업 전체 생산액 기준 벼 다음으로 높은 1조 5,211억 원 규모의 생산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7,097농가가 5,560ha에서 재배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소득은 10a당 1,270만 원으로, 벼보다 약 24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고소득 작목으로의 전환은 생산 환경의 제어가 가능한 시설재배의 확대와, 농가의 적극적 품종 전환 덕분이다.
▲손정익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장 = 2008년부터 2025년까지 17년간 스마트농업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 왔으나, 앞선 10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산학연 생태계가 무너진 영향이 지금도 크다. 일본은 일관된 행보로 앞서 나가고 있고, 중국은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국내는 아직 농업지식이 부족한 IT·ICT 기반 산업체가 진입하면서 현장과의 괴리가 존재하며, 연구와 정책의 지속성과 정합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박권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현재 수경재배는 전체 면적의 90%가 양액을 순환하지 않는 비순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간 약 18,000톤의 비료가 지하수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환경오염 문제로 이어지므로, 순환재배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양액 소독장치나 보조탱크 설치 등 추가 비용이 커 농가가 쉽게 전환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이 어렵다. 또한 스마트팜 사업이 확대되면서 일부 업체가 전자제어 지식이 부족한 농민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거나 장치를 고의로 중단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농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조정래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 현재 한국 원예산업은 기후 변화, 농촌 고령화, 시장 개방 등의 복합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안정적 소득 작물의 발굴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주류 작물 외에도 새로운 고소득 작물 발굴과 이를 위한 체계적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회 = 세계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원예산업도 이러한 분위기에 부응해 괄목하리만큼 큰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등 다가올 환경 변화는 더 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원예산업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고, 전문언론으로서의 원예산업신문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김강권 전 농촌진흥청장 = AI 시대에 세계 농업은 스마트팜을 넘어서 버티칼팜과 우주농업까지 실용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원예 연구 역시 이러한 세계 농업 연구의 흐름을 발빠르게 파악하고, 사막 온실과 같은 특수환경 농업 등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 네덜란드처럼 기후재현 온실을 통해 실용 연구를 추진하고 산업체와 연계해 수출산업으로 이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제적 연구 수준을 갖출 때 원예학회의 위상도 높아지고 기술의 수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김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앞으로의 원예과학기술은 분자육종, 후성유전학, 표현체학 등 정밀과학 기반을 바탕으로 기초생물학, 영양학, 식품과학, 의약학, 인공지능공학 등과의 융합을 통해 고차원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원예산업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산업이며, 21세기 생명산업 융합 발전의 중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기 (사)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 = 신선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확후 품질관리기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수출 여건에 부합하는 현장 중심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농가와 유통 현장에 전파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그동안 원예저장유통연구회는 38개 품목에 대한 수확후관리기술서를 발간해 보급해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원예산업신문은 이러한 기술의 필요성과 정책 방향을 산업 전반에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로서, 현장과 제도, 기술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효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원예산업은 생명산업의 융합적 발전 속에서 중요한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딸기 사례처럼 작물의 계절적·품종적 전환이 산업 전반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 원예산업신문은 지난 30년간 생산·유통·가공·정책·연구 등 원예산업 전반의 발전상과 문제점을 조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학계와 산업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작물별 발전과 성공 사례를 발굴·확산하는 중심축이 돼야 할 것이다.
▲손정익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장 =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커, 네덜란드와 같은 온화한 기후 국가에 비해 냉난방비용과 에너지 소비가 크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생산 불안정성은 커지므로 연중 안정적 생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형 패키지 기술과 고정밀 환경 제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시설원예 기술은 ICT,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융합돼 스마트팜 기술로 진화 중이며, 이는 국내 시설원예가 고효율·고품질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박권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원예산업은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 기술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농민들이 잘 알려진 검증된 업체와 계약을 맺고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울러 원예산업신문은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수경재배의 순환 시스템 전환이나 스마트팜 관련 분쟁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 제시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언론의 기능이 강조돼야 한다.
▲이승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수확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련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1992년 원예저장유통연구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저장유통시설을 순회했다. 이후 사단법인으로 전환돼 오늘날의 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로 성장했다. 수확후관리와 유통기술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으며, 원예산업신문은 이러한 흐름을 현장과 정책 사이에서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이용범 (사)국제원예연구원장 =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도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 안보가 강조되는 가운데, 스마트팜 기술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급증하는 현대화 수요에 대응해 맞춤형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으며, 단순한 수출이나 원조를 넘어 공동연구, 실증사업, 기술훈련, 제도 수립 등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로 발전돼야 한다. 원예산업신문은 이러한 기술 협력 모델의 의미와 효과를 조명하고, 국내 농업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뒷받침하는 언론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임용표 (사)친인간농업연구소 소장 = 육종 기술은 디지털 브리딩을 넘어 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의약학 등 타 분야와의 융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원예산업은 개인 맞춤형 품종 개발, 스마트농업 기반 맞춤생산, 푸드텍과 연계한 식단 제공 등 인간 친화형 농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예산업신문은 새로운 기술 동향과 육종 방향, 산업 정책을 연계해 학계와 현장의 가교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조정래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 가을보리수(뽈똥)는 리코핀 함량이 토마토보다 5~20배 높은 항산화 기능성 작물로, 면역력 증진과 다양한 건강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이 작물은 기후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 소득작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향후 산학연 협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재배기술과 유통·가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예산업신문은 이러한 신작물 발굴 사례를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미래형 원예산업 모델을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사회= 기타 원예산업 발전을 위해 덧붙이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마디씩 부탁합니다.
▲김강권 전 농촌진흥청장 = 국내 연구자들이 국내 문제 해결에만 몰두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국제 동향을 기반으로 한 연구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원예산업의 기술 수출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발 빠른 정보 수집과 국제적 공동연구 확대, 산업체와의 긴밀한 연계가 절실하다.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지만 이를 위한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기선 서울대 원예학과 명예교수 = 한국원예학회가 추진하려 했던 국제협력 사업 중 동남아시아 국가 대상 원예전문가 파견, 자재 및 시설 지원, 학자 초청 및 학위 수여 등의 프로그램은 아직 착수하지 못했으나, 앞으로 반드시 시행돼야 할 과제로 본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정부의 매칭 펀드를 유도해 효과적인 실행이 가능하고, 인력 교류와 기술 전수를 통해 국제적 위상 제고와 한국 원예산업의 수출 기반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기 (사)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 = 수확후관리 분야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문 인력과 현장 기술 보급 체계가 취약하다. 시급히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수확후 품질관리 전문 인력을 운영해 지역 단위에서 실질적인 기술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 품질 고도화, 수출 적합성 확보, 유통 효율성 개선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박효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딸기 품종 자립은 대표적 성공사례다. 일본 품종이 국내 재배의 95%를 차지하던 2000년대 초반,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육성한 ‘매향’과 ‘설향’ 품종이 빠르게 확산돼 2024년에는 국산 품종 점유율이 약 95%에 이르렀고, 이 중 ‘설향’은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이는 품종 개발뿐 아니라 현장 보급, 농가의 수용성, 품질 경쟁력 제고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결과이며, 향후에도 고품질 품종 개발과 지속적 육종 연구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손정익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장 = 수직농장 기술은 초기에는 LED 중심의 생산 시스템에 집중돼 유통·경영 생태계 구축 없이 실패를 겪었지만, 최근 중동 등 해외에서 K-수직농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비용 구조와 기후 특성상 우리 실정에 맞는 정밀 제어 기술, 비용 절감형 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스마트팜 기술은 단순한 기술 고도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이를 위한 민·관·산·학의 연계와 장기적 비전 설정이 절실하다.
▲박권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국내 서양채소 시장은 브로콜리 중심에서 루콜라, 샤롯, 바질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동남아 출신 소비자의 증가로 고수, 공심채 등 특이 채소류의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어 재배 작물의 다양화를 모색해야 하며, 틈새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수확후관리 분야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후학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농산물의 저장·유통 기술 고도화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산업 현장과 학계, 행정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살기 좋은 농업 국가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용범 (사)국제원예연구원장 = 스마트팜 기술의 국제 협력은 개발도상국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이를 위해 대상국의 기후, 토양, 재배작물, 농민 역량 등을 사전 조사하고 현지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정부,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연계된 협력체계를 통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된 농업 기술 지원은 일회성 원조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농업기술의 신뢰도 제고와 함께 세계 농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임용표 (사)친인간농업연구소 소장 = 앞으로의 육종은 기능성 성분이 높은 품종, 기후변화 대응 품종, 스마트농업에 적합한 맞춤형 품종, 유전자편집 기반의 유용성분 생산 품종 등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을 갖춘 정책적 지원과 학술적 노력이 병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30년 후 한국 원예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
▲조정래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 가을보리수가 실제 농가 소득 작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친환경 재배기술 개발과 보급, 기능성 성분에 대한 임상 연구, 적정 생산규모 관리 및 유통 전략 수립,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가열 착즙 등 실용적 가공 기술과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 개발을 병행해 산업화를 추진해야 하며, 이는 농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사회 = 오늘 간담회를 통해 과거 30년의 국내 원예산업 발전사와 미래를 진단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며, 전국의 원예 종사자들에게 많은 위로와 유익한 정보가 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해주신 참석자 여러분들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