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기(광주원예농협 조합장) - “팔아주는 농협, 바로 그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공판사업을 중심에 두다 유통의 길, 농협이 앞장서야 한다

2025-05-27     나동하

“애써 키운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것, 그게 농협의 제일 중요한 역할입니다”라는 말로 정일기 조합장은 지난달 전국농협공판장운영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공판사업이 단순한 유통을 넘어서 농협의 핵심 기능이라며, “농산물 유통은 곧 농가 소득과 직결되며, 공판장은 그 중심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조합장은 “공판사업은 농민을 위한 농협의 본질적 책무”라며 “규모보다 기능, 수익보다 신뢰를 중시하며 유통 현장에서 농협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장 선출이 개인의 성과가 아닌, 광주원예농협 전체가 쌓아온 신뢰와 지속적인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도 언급했다. 특히 창립 초기부터 공판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광주원협의 정체성을 언급하며 “공판의 역사를 지닌 조합으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공판장운영협의회는 산지와 소비지를 유기적으로 잇는 농협 유통의 중추 기관이다. 그는 “지난해 공판장 전체 취급고가 5조 원을 넘어선 것은 단순한 성과 수치를 넘어 농협이 유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이 실적 향상에 기여한 측면도 있으나, 유통 구조 전반에는 여전히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있어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정 조합장은 공판장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핵심 전략으로 ‘유통 경로의 다변화’와 ‘시설 기반의 현대화’를 제시했다. “온라인 공판 시스템 도입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변화이며, 농협 공판장 또한 이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산지 단계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공판장 내 저장, 물류, 냉장 기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자는 생산에만 집중하고, 농협이 집하부터 유통까지 전담해 공판장까지 이끄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채소류와 화훼류의 유통 취약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과일은 비교적 규격화가 이뤄진 반면, 채소류는 여전히 표준화가 미비하고 화훼류는 유통 체계 자체가 미성숙합니다”라며 “APC 중심의 규격화 확대와 포장 일원화가 필요하고, 화훼 소비는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일상적 소비 확산을 통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하용, 조화용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기 중 추진할 핵심 과제로 “공판장을 통한 유통 비중의 획기적 확대”를 꼽았다. “농협을 통해 유통되는 농산물의 양을 늘리고, 이를 통해 유통 시장 내 농협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고 밝히며, “회원 농협의 하나로마트 등 자체 유통 채널에서 공판장 출하 물량을 우선적으로 취급하도록 유도하고, 협동조합 간 직거래 비율도 더욱 높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실무자뿐만 아니라 조합장 간의 유기적인 협의 구조도 함께 구축해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정 조합장은 광주원협에서 쌓아온 경험이 협의회 운영의 실질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광주원협은 공판사업을 중심으로 출범해 현재는 육묘장, 필름 공급, 교육 지원 등 조합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 기반을 갖춘 조합으로 성장했다”며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전국 공판사업의 실질적 내실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물론, 함께하는 농협 모두가 실질적인 이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농협 공판장은 농민과 소비자를 잇는 중요한 고리이며, 농산물 가격 형성의 기준점이 되는 장소”라며 “농민은 농협을 믿고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어야 하고, 농협은 책임 있게 유통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공판사업이 다시 농협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