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배 병해충 발생, 방제는 어떻게
‘지피지기’ 농가간 방제법 공유 및 교육 필요해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 적극 활용해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운 것이 없다는 의미다. 손자병법 13편 중 3편 ‘모공편(謨功篇)’을 마무리하는 유명한 글의 첫 부분이다. 귀농해서 처음 농사를 짓든 평생을 배 농사를 지어도 어려운 것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마다 변화가 커지고, 점점 배꽃이 일찍 피우는 등 수년 전부터 기후 변화가 이야기되고 있고, 거기에 맞추어 농사를 지어야 하니 어려움이 더 늘었다. 예전에는 남부지방에서는 4월 중하순에 피었던 배꽃은 이제는 4월 상중순이 일상이다. 봄철에는 날씨의 기복이 심하고 비가 더 자주 오는 경우도 많으며, 장마가 지나면 낮 기온이 30℃가 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6월부터 30℃가 넘고, 장마가 지나면 35℃를 넘기 일쑤다. 더워서 잠 못 이루는 열대야도 늘어만 가는 것 같다.
배를 재배해 생업을 이어가시는 농업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 농작업을 이어가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병해충 방제에 대해서는 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방제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우선 날씨의 변화로 해충들은 겨울나기가 더 쉬워졌다. 배나무가 일찍 개화하듯 해충도 더 일찍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배나무 해충 주경배나무이는 남부지방에서 2월 하순부터 어른벌레가 나무 위로 올라와 며칠 있다 알을 낳았다. 하지만, 겨울이 따뜻하면 1월에도 아주 드물게 어른벌레가 보이고, 2월 중순 후반부터 알을 낳는다. 따라서 어른벌레가 나무의 짧은 가지의 끝 눈 부분에 많이 보이면 기계유유제로 빨리 방제하는 것이 좋다.
봄철 비가 자주 오는 봄에는 검은별무늬병이 발생하기 쉽다. 검은별무늬병은 방제가 어려운데, 이때는 병원균이 작물보호제에 저항력을 키우기 어려운 약 종을 선택하여 가능하면 비가 오기 전에 사용하고, 강우 전 방제가 어렵거나 이전 방제 간격이 좁다면, 강우 직후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약 종을 혼합하거나, 혼합제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루깍지벌레도 최근 발생 시기가 빨라졌는데, 알 상태로 월동하여 4월 하순~5월 상순 부화하던 것이 빠르면 개화 후 일주일 정도 뒤인 4월 중순에 부화하는 경우가 있다. ‘발육모델’이라 부르는 온도를 이용하여 각각 해충 종별로 발생 시기를 예측하는 계산식이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 등에서 제공하고 있으므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루깍지벌레뿐만 아니라 다른 병해충 방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모델이 많은 연구와 관찰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상황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모델을 너무 믿고 실제를 관찰하지 않는다면 해충방제에 실패하는 때도 있으므로 모델과 과수원을 관찰하면서 방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의 변화와 발생 상황이나 정보를 알지 못하면, 즉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하지 않으면 방제를 위한 비용은 늘어나고, 병해충에 의한 피해는 늘어갈 것이다. 서로가 알고 있는 좋은 방제법은 공유하고, 각 지역 지도기관이나 관계관들의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고, 연구자들은 병해충 발생 예측과 방제법 연구를 지속적으로 또 열심히 개선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조영식<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센터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