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채취단지 조성사업 ‘유명무실’
운영·관리 자부담 구조 … 신규 끊기고 기존 단지마저 잇단 포기 “운용비 지원 등 개선책 마련돼야”
정부가 국산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 자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단지 조성 이후 발생하는 운영·관리 비용을 사업 주체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 탓에, 신규 신청은 물론 기존 사업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꽃가루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자급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2013년부터 지방자치단체, 농협, 영농조합 등을 대상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조성 초기 기반시설에만 국비와 지방비가 일부 지원될 뿐, 운영·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사업 주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다수의 참여 기관이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도입 당시 10억8,700만 원이던 예산은 2023년 7,300만 원까지 줄었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지원 희망자가 저조해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 8개 도, 14개 시·군에 조성된 꽃가루 채취단지 면적은 총 30.3ha(사과 10.3ha, 배 20ha)에 불과해 정부가 당초 목표로 세운 국산 꽃가루 자급률 90% 달성은 사실상 요원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마저도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실효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안성구 안성원예농협 조합장은 “우리 조합도 단지 조성 9년차를 맞았지만, 조성 이후 관리 비용 전액을 조합 자체에서 부담해오다 보니 매년 적자만 수천만 원씩 발생하고 있다”며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이지만, 조합원 복지 차원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희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꽃가루 단지 사업은 성목까지 최소 8~10년이 소요되는 장기적 사업인데, 기상과 인력 상황에 따라 채취량 편차가 극심해 운영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 같은 방식으로는 민간 차원에서 장기적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농업법인 관계자는 “초기 지원 이후 추가적인 관리 지원이 전무한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국산 꽃가루 자급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현실적인 운영비 지원 등 적극적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꽃가루 채취단지 사업은 더 이상 신청자도 없고 효과도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