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산불·냉해에 과일 수급 ‘빨간불’
사과, 저장창고 다수 전소 … 개화기 추가 피해 우려 배, 지난해 일소 피해 이어 냉해로 생산량 감소 불가피 농식품부, 생육관리협의체 가동 … 피해 농가 긴급 지원
올해 경북 사과 주산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전국 주요 배 재배지까지 냉해 피해가 확산되며 사과와 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일주일간 안동, 영덕, 영양, 청송 등 인근 5개 시·군으로 번지며, 과수원 피해 면적만 3,70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피해 지역은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37.8%(2023년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주산지로, 이 중 사과 과수원 피해 면적은 약 1,635㏊로 추정된다. 이는 전국 전체 사과 재배 면적(약 3만4,000㏊)의 4.8%, 경북 지역 전체 재배 면적(1만9,257㏊)의 약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직접 피해뿐 아니라 간접 피해 우려도 크다. 산불 인접 지역의 경우 과수원이 전소되지는 않았더라도 연기와 복사열로 생육이 저해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달 중 개화기에 꽃이 제대로 피지 않으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배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연속 새벽 기온이 최대 영하 6도까지 떨어지며, 전국 주요 배 산지에서 냉해 피해가 잇따랐다.
지자체 피해 집계에 따르면, 경기 안성·평택, 충남 천안·아산, 경북 상주, 경남 하동, 울산 울주, 전남 나주·순천 등 주요 산지에서 평균 30%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상주, 하동, 울주, 나주 등 일부 지역에선 재배 면적의 70% 이상 피해를 입은 농가도 다수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해 일소 현상과 폭염으로 배 저장 중 무름 피해가 빈발한 데다, 이번 산불로 경북 내 사과 저장 창고들까지 다수 전소되면서 저장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과수원이 전소되지 않았더라도 연기나 복사열로 생육이 저해됐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피해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개화기 이후에서야 피해 실태가 본격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산불은 저장 사과까지 대거 전소되면서, 출하 예정이던 물량 상당수가 손실돼 단기 수급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지난 3월 29일부터 사흘간 꽃샘추위가 이어지며, 30일 새벽엔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졌다”며 “기상청 예보보다 낮은 기온이 관측돼 농가들이 제때 대응하지 못했고, 방상팬과 온수 살수 장치 등을 가동했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과원에서는 냉해 피해율이 90%를 넘는 사례도 보고됐다”면서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해 보이고, 이로 인한 수급 불안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화재와 냉해로 과수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품목별 생육관리협의체를 중심으로 수확기까지 생육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정밀 피해조사와 맞춤형 기술지원을 통해 피해 수준별 생육관리와 적정 착과량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병해충 방제, 영양제 지원, 농가 기술지도 등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영농 재개에 필요한 농자재는 지역·품목별 수요에 맞춰 긴급 공급하고 있다”며 “과수 묘목은 민간 보유분을 우선 활용하고, 농기계 피해 농가에는 무상 임대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업경영자금 상환 유예 및 이자 감면, 재해대책경영자금과 복구 자금의 신속 집행 등 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으며, 냉해 피해 농가에는 자조금 단체를 통한 꽃가루·영양제 지원 등 민관 협력 대응도 확대하고 있다”며 “생육 위험 요소를 조기에 차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국산 과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생산과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