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산물 유통구조 이끌어가는 품목농협 - 남원원예농협 공판장
50년 유통의 축, 미래 준비하는 남원원예농협 공판장
남원원예농협(조합장 김용현) 공판장이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진단하고, 스마트화와 기능 통합을 통해 공판장을 유통·가공·물류가 연결된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농업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 반세기 넘게 이어온 남원 농산물 유통의 중추
전라북도 남원시 내에 위치한 남원원예농협 공판장은 1975년 6월 20일 개장한 이후, 반세기 넘게 지역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총 7,329㎡의 부지에 5,937㎡ 규모의 건물을 갖추고 있으며, 채소 경매장 2,466㎡, 과일 경매장 2,644㎡를 비롯해 14개의 중도매인 점포, 저온 저장고, 200대 규모의 주차장, 그리고 지게차·컨베이어벨트·냉장 탑차 등 다양한 물류 장비까지 고루 갖춘 종합 유통 시설이다. 이처럼 남원원협 공판장은 단순한 농산물 거래소를 넘어 조합원과 중도매인,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판장은 시장 침체와 소비 둔화 등 유통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2024년 기준 채소는 4,013톤, 과일은 3,251톤이 거래됐으며, 이로 인한 총 거래금액은 약 149억 6,200만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출하 조합원에게는 출하 금액의 0.5%, 중도매인에게는 판매 금액의 1%를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는 유통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함과 동시에 공판장 중심의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참여 유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거래 관계 형성과 조합원의 신뢰도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매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경매는 채소는 새벽 6시 30분, 과일은 오전 9시에 각각 시작되며, 이 시간대에 맞춰 중도매인과 출하 농가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조합원이 안정적인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계절별 작형에 맞춘 작물 재배 기술, 병해충 대응, 시비·전정 요령 등 다양한 현장 중심의 농가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지도과와 협력한 맞춤형 영농지도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생산 환경에 바로 적용되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품질 관리 능력과 자율적인 재배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밀착형 지원 체계는 조합과 출하 농가 간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체 조직의 운영 안정성과 유통 기반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변화에 맞서는 선택
그러나 현재의 유통 구조는 변화하는 소비자 행태와 기술 환경에 맞춰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며, 도매시장 중심의 기존 방식은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공판장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 개선과 기능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남원원협은 이를 위해 공판장의 물리적 이전과 스마트화를 포함한 구조적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될 공판장은 남원 유통센터와 기존 공판장 사이의 중간 지점에 신설될 예정이며,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유통, 선별, 포장, 물류, 판매를 통합한 복합 유통 거점으로 구축될 계획이다. 이곳에는 스마트 APC 기능을 병행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물류 시스템이 실현될 것이며, 기존 공판장과 비교했을 때 물류 효율성 향상, 인건비 절감, 작업 동선 단축, 상품 품질 유지 등 여러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해진다. 또한 디지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비대면 경매 운영과 정보 투명성 제고 역시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 해결도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현재 공판장의 하역 인력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신규 인력 확보 또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남원원협은 스마트 설비를 도입함과 동시에 기존 인력을 선과, 포장, 품질 관리 등 타 부서와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조합원과 직원들의 현장 체감도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국 공판장의 이전과 현대화는 단순한 시설 개선 차원을 넘어,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조합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남원원협은 이를 통해 정체된 유통 흐름을 혁신하고, 미래 농업을 대비한 지속 가능한 유통 구조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 농업 가치사슬의 중심으로
한편 남원원협은 또 하나의 축으로 푸드종합가공센터를 운영하며 가공사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퓨레, 잼, 냉동 다이스, 컵과일 등 다양한 가공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국내산 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고품질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된 제품들은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병원, 급식처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납품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출하 농산물의 활용도 역시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잉여 농산물의 처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저장성과 상품성까지 향상시킴으로써 농가의 수익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한 가공을 넘어서 유통-가공-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운영 효율성과 내실 있는 성과는 2024년 농협중앙회의 종합업적평가에서 남원원협이 최우수 농협으로 선정되고, 상호금융대상 평가에서는 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공판장을 포함한 전체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평가는 남원원협이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처럼 유통과 가공, 생산을 통합하는 구조는 남원원협이 단순한 농산물 판매기관이 아닌, 농업 전반을 관리·지원하는 경제 중심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변화는 조합원들의 농업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재료 공급망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뷰 / 김용현 조합장
공판장 이전과 유통구조 개편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 만들 것”
김용현 남원원예농협 조합장은 “공판장은 조합원들이 정성껏 생산한 농산물을 시장과 연결하는 최종 창구”라고 공판장이 지닌 핵심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공정한 거래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은 조합원에게 신뢰를,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공판장 이전과 관련해 김 조합장은 “기존 시설에서는 작업 효율과 인력 활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장기적인 유통 전략을 설계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며,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확장이 아니라, 공판장의 기능과 역할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공판장에는 스마트 APC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디지털 기반의 경매 환경도 준비 중이다”며 “이는 앞으로의 유통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과거에는 여러 작업 공정이 분산돼 있어 작업 동선이 겹치고 비효율이 생겼다. 새로운 공판장에서는 전체 프로세스를 재구성해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자 한다”라며, “시설 이전 이후 중도매인과 현장 인력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김 조합장은 “남원원협은 유통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내부 교육과 소통, 정보 제공을 강화해 조합원과의 연결을 더욱 단단히 하려 한다”며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 조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공판장 운영 외에 조합의 내실 강화를 위한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2024년 종합업적평가 최우수상과 상호금융대상 우수상 수상과 관련해서는 “이런 수상은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잘 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운영 개선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세밀하게 운영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김용현 조합장은 “조합원 농산물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품질로 전달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 조합의 역할”이라며, “공판장 이전은 변화의 시작점일 뿐, 앞으로도 농업과 유통을 연결하는 구조를 정비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농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