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입 농산물에 관세 예고 … 국내 농업계 ‘비상’

트럼프, 자국 농민 보호 조치 … 상호관세로 국내 농산물 수출 위기 한국 비관세 장벽 겨냥 … 사과 등 개방 압박 가능성↑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국내 농업계 이중고 우려

2025-03-06     권성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는 4월 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평균 4배 높다”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응 조치를 예고하며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농민들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농무부는 최근 올해 농업 부문 무역 적자가 490억 달러(약 7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 품목과 예외 조항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4월 2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시행을 예고한 날이다. 상호관세란 특정 국가가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그 나라의 수입품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미 FTA가 2012년 발효되면서 양국 간 상당수 품목의 관세는 철폐됐지만,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에는 여전히 예외적으로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농경연 관계자는 “한미 FTA 체결로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는 0%이지만, 일부 신선 농산물 같은 민감 품목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는 구조”라며 “만약 상호관세가 적용된다면 국내 농산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그동안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특히 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의 시장 접근 제한을 문제 삼으며 수입량 확대 요구를 해왔는데, 이번 관세 조치와 맞물려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국제협력관을 단장으로 ▲통상대응반 ▲수출대응반 ▲공급망 대응반으로 운영되며, 자유무역협정팀과 농식품수출진흥과를 비롯한 10개 관련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농식품 분야 TF를 가동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농식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유리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 갈등이 국내 농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괄 20%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중 교역 감소로 글로벌 농산물 공급이 과잉 상태에 빠지면, 한국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한국의 농식품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농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서진교 GS&J 원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산 농산물이 미국으로 가는 대신 일본과 동남아 시장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의 농식품 수출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