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다 소통이 먼저

2025-03-06     나동하

정부의 TRQ(저율관세할당) 양파 수입이 산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조생양파 출하를 앞둔 시점에서 1만 톤의 수입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올해 개정될 수급관리 가이드라인이 정부 개입을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저장 양파 재고가 충분하고, 민간 수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TRQ 수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특히 개정된 수급관리 가이드라인이 가격 상승 시 개입 기준을 낮춰 정부 개입이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된 반면,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개입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농가 보호 조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산지의 반발을 키웠다.

정부가 TRQ를 활용한 전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여러 차례 TRQ를 시행해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내 농가가 입은 영향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있다. 수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단기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TRQ 수입이 반복되면 국내 농업의 생산 기반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자급률과 안정적인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지에서는 정부가 수입을 통한 가격 조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 기반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농가와 유통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 추진이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수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가격 변동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장기적인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인 조율이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