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다 올랐는데 … 정부 예산 ‘전액 삭감’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예산 반영 불발 농사용 전기료 인상, 면세유도 고공행진
올해 정부 예산에서 무기질 비료 지원, 시설농가 유가보조, 농사용 전기료 차액 보전 등 농업 관련 예산이 전면 삭감됐다. 지난해 국회를 거치며 증액됐던 예산이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농업계는 생산비 부담이 극도로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농업 생산비가 급등한 데 이어, 정부 지원까지 사라지면서 농가의 경영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비료·유류비·전기료 등 주요 생산비가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완화할 대책 없이 예산을 전면 삭감하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사업은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2021년 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2022년부터 가격 인상분의 80%를 정부·지자체·농협이 분담해 지원하는 보조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23년 1,000억 원이었던 예산은 지난해 288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농사용 전기요금 차액 보전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는 2023년 1월과 5월 두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며, 2023~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농사용 전기요금(을)은 저압 기준 ㎾h당 63.3원, 고압 중 여름·겨울철 요금은 66원으로 올랐다. 오는 4월 추가 인상도 예정돼 있어 농가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예정이다.
면세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설농가 유가보조 예산 역시 반영되지 못했다. 19일 오피넷에 따르면, 면세등유 가격은 1,129.44원으로 2020년 810.61원 대비 약 40% 상승했다. 국제유가 변동성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농가의 유류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농가 경영 부담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일기 광주원예농협 조합장은 “비료, 전기, 유류비 등 생산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농사를 포기하거나 재배 면적을 줄이는 농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소규모 농가는 경영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봉학 익산원예농협 조합장은 “농산물 생산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소비 침체로 인해 많은 농가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농업 지원 예산을 전면 삭감하며 농민들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 농산물 유입까지 늘어나면서 국내산 농산물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생산비 지원과 국내 농산물 경쟁력 강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