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묵(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ㆍ금산인삼농협 조합장) - 유통·소비·경기 침체로 인삼산업 ‘삼중고’

구시대적 유통 구조 개편 시급 “해외 시장 개척·수출 지원 확대해야”

2025-01-20     권성환

국내 인삼산업이 유통 부진과 소비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유통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인삼 가격 하락과 생산 포기로 경작 농가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강상묵 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은 “경작 면적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경작 농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금산인삼농협의 유통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줄었다”며 “국내 소비 위축과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전반적인 유통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 감소는 결국 농가들의 경작 포기로 이어지고, 이는 인삼 산업 전반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합원 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강 회장이 2019년 취임 당시 3,6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2,150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작 면적도 670만 평에서 400만 평으로 축소됐다.

조합원 감소는 인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 회장은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경작해야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산업도 유지될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인삼 경작 포기 농가가 늘어나면서 생산 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비 상승이 겹치면서 인삼 농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통 구조 개편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금산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도매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인삼이 경매나 대형 유통망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농가가 개별적으로 물량을 가져와 도매상들과 직접 협상하는 구조다. 강 회장은 “현재 유통 방식은 공판장 경매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상인들과 개별 거래로 이뤄지다 보니 가격 변동성이 크고, 결제 과정이 불투명해 농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래 과정에서 경작 증명서나 안전성 검사 없이 유관 검사를 통해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강 회장은 “경작자의 신원이나 품질이 명확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이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선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결제 지연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의 도매 거래 방식에서는 농가가 물건을 출하해도 결제까지 수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산군, 금산인삼농협, 금산인삼진흥원은 GAP 인증을 받은 인삼을 대상으로 경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강 회장은 “출하 전에 안전성 검사와 경작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받고, 이를 기반으로 경매장에서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인삼 선별과 규격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인삼의 등급 기준은 45가지가 넘을 정도로 복잡하며, 선별 방식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강 회장은 “현재 인삼의 등급 기준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과일처럼 크기와 무게 기준을 단순화하고 명확한 등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작업에 의존하는 선별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 선별을 도입하면 품질의 균일성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인삼 산업이 보다 현대화된 유통 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인삼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 구조 개편, 경작 포기 농가 지원, 수출 활성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인삼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인삼을 단순 농산물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활성화를 위해 기능성 인증 확대와 해외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회장은 “정부 차원의 해외 마케팅 지원과 인삼 기능성 연구개발 투자가 절실하다”며 “단순 원물 판매에서 벗어나 기능성 소재 개발과 가공식품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 내수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