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해 경보, 문턱 낮췄지만 남은 과제는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이상기후 시대 농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필수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시행 과정을 돌아보면, 이 시스템은 여전히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종이신청서를 직접 작성해 농업기술센터나 기술원에 제출해야 했다. 번거롭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온라인 신청서와 현장 교육을 통해 가입 절차가 간소화됐다. 기존 신청서에서 불필요했던 항목들도 제거돼 편리함이 더해졌다. 시스템의 전면 개방은 분명 농민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가입률은 여전히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기준 가입률은 4.38%로, 2020년 5.93%에 비해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처럼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단순히 절차의 편리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더 깊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은 이미 고령화와 정보 접근성의 한계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많은 고령 농민들은 여전히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으며, 서비스 활용법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교육도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사업에 대한 관심과 실행력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시스템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는 지역도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농민들 사이의 정보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서비스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올해 말까지 전국 155개 시·군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지만, 가입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시스템은 단지 이름뿐인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관점에서 시스템의 유용성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정보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접근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이 기후변화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려면, 첨단 기술과 현장의 요구를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그 다리가 돼야 한다. 이제는 시스템의 실효성을 증명하고, 농민들이 직접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할 때다.